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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리뷰] rega 안내서 12편 - 세상의 모든 아날로그맨을 위하여, Bias 2 & Carbon Cartridge (하이파이클럽, 2018년 1월)
출처 하이파이클럽 작성일 2018-01-30 조회수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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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Play"


LP는 ‘Long Play’ 의 줄임말이다. 에디슨의 축음기를 개선해 비닐 표면에 소리의 진동을 기록하면서 태어났다. 직경 30cm 크기의 LP를 33 1/3RPM 또는 45RPM으로 회전시키면 카트리지가 소릿골을 읽어 포노앰프로 전달, 증폭 후 앰프에서 다시 증폭, 스피커로 전달해 소리를 낸다. 지금은 파일 형태로 음악을 디지털 도메인에서 처리하지만 아날로그 시대는 이렇게 음악을 들었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모노를 거쳐 1960년대 이후 스테레오까지, LP는 음악을 재생하는 가장 훌륭한 포맷이었다.


이후 디지털 포맷은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듯했다. 물리적 잡음 없는 CD와 이후 음원까지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가치를 무척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과거 명연, 명음반들이 디지털로 변환되어 출시되고 비판 없이 소비되었다. 사람들은 아날로그 시절 원래 소리가 무엇인지 기억에서 지웠다. 아니, 지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편의성과 실용성에 익숙해지면 그렇게 사람은 게을러지고 때론 무지해지며 비판 능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몇 년간 비교해본 음원과 LP의 간극은 그 사이 지나온 세월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리마스터링이라는 과정을 통해 출시된 디지털 음원은 오리지널 아날로그 LP 시절의 그것을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가 종종 발견되었다. 모노는 억지스러운 편집으로 스테레오로 바뀌었고 당시 음악의 뉘앙스는 거품처럼 날아간 상태였으나 모른채 듣고 즐겼다. 악기들의 밸런스는 깨져있었고 무대의 전후 원근감은 사라진 채 전면으로 쏟아지는 경우도 많다. 1960~70년대 빼어난 아날로그 녹음은 ‘라우드니스 전쟁’의 폐해까지 고스란히 떠안은 채 재발매된 경우도 눈에 띈다. 아날로그 시대 녹음은 LP로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굳어지게 만든 일련의 예다.




"레가 아날로그"


이런 의미에서 LP는 단순히 CD와 매질의 차이만 가진 포맷이 아니다. 오랫동안 쌓여오면서 단련된 녹음과 대중음악 예술의 중요장면에 그대로 담긴 포맷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그 컨텐츠를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카트리지다. 디지털과 달리 아날로그는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톤암의 질량, 길이, 헤드셸 타입 그리고 어떤 시대의 어떤 장르 음악을 듣는 지에 따라 천차만별의 카트리지 선택 권한이 주어진다.









레가는 영국 출신으로 현재 전 세계 턴테이블 판매량 1위를 달리는 정통 아날로그 전문 메이커다. 물론 스피커 및 앰프, 시디피, DAC도 생산하지만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레가의 본령은 아날로그로부터 단 1mm도 벗어난 적이 결코 없다. 여전히 레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턴테이블, 그 중에서도 톤암 그리고 카트리지를 빼놓을 수 없다.




"MM 카트리지의 재발견 - Bias 2 & Carbon"


오랜만에 레가 리뷰 덕분에 여러 MM 카트리지를 다양하게 접해보면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올 한해 카트리지 경험만 약 스무 종을 들어본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레가의 MM 카트리지다. 일단 MM 카트리지는 꽤 오랫동안 안 써본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근 MM 카트리지의 성능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직접 경험해본 레가 MM 카트리지는 수년간 MC 카트리지에 천착되어 있던 나의 귀를 또 다른 측면에서 가격했다. 더 풍성한 음결과 묵직한 중, 저역. MC 카트리지만큼 해상도가 높진 않아서 더 편안하게 음악에 몰입시켜주었다.





Bias2 와 Carbon은 MM 방식 카트리지로서 레가 카트리지 중에서도 엔트리 라인에 위치한 모델이다. 커스텀 디자인의 바디에 모두 수공으로 꼼꼼하게 조립된 모습으로 겉으로 보기엔 상위 카트리지와 마찬가지로 긴 길이와 심플한 만듦새를 보인다.





Bias2 의 경우 타원형 스타일러스를 채용하고 있고 평행권선 코일을 채용했다. 정교한 파라미터 체크를 위해 카트리지마다 이틀 이상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친 후 출고되므로 높은 내구성 및 균질한 품질을 갖는다. 출력은 6.8 ~ 7.2mV로 상당히 높아 시원시원하고 묵직한 저역을 내준다. 다음으로 Carbon 카트리지는 레가 플래너 1과 2 턴테이블에 기본 장착되는 MM 카트리지다. 캔틸레버 소재가 카본이라서 Carbon 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2.5mV 출력에 기본 장착 카트리지로서는 기본기가 출중하다.





참고로 두 카트리지뿐만 아니라 여타 MM 타입 레가 카트리지는 레가 턴테이블에 최적화되어 있다. 참고로 레가 MM 카트리지는 여타 일반적인 카트리지에 비해 길이가 긴 편이다. 따라서 헤드셸 길이가 짧거나 혹은 헤드셸 일체형 톤암 중 카트리지 장착 부위가 짧은 경우 장착이 어려울 수 있다.


"리스닝 테스트"


두 카트리지 테스트는 공히 레가 플래너 2 턴테이블에 장착한 상태에서 진행했다. 장착은 톤암 얼라인먼트를 사용해 오프셋 정도만 조정하고 제공되는 스크류로 조이면 끝. 안티스케이팅도 자동이라서 세팅 난이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낮다. 이 외에 앰프는 사이러스 8-2 DAC 겸 인티앰프 그리고 토템 시그니처 원을 모니터로 사용했고 포노앰프는 레가 Fono MM 포노앰프를 사용했다.



조동진 - 조동진 1집
조동진 1집


바이어스 2와 카본 카트리지 모두 풍성한 중역대를 중심으로 쿠션에 편안히 몸을 맞긴 듯 부드럽고 폭신한 사운드로 청자를 안내한다. 예를 들어 조동진 1집의 최근 마장뮤직 재발매 LP를 들어보면 그의 마치 1980년대로 돌아간 듯 아련하고 한없이 푸르고 파릇파릇했던 시절 조동진을 만날 수 있다. 조동진 본인이 직접 리마스터링한 음원을 바탕으로 마스터 커팅을 거쳐 출시했으며 포맷의 차이로 인한 음질 차이는 상당히 크다. 풍부한 잔향은 따스한 느낌을 충만하게 충족시키며 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피로감으로 방해를 주지 않는다.



Bob Dylan - Hurricane
Desire

두 카트리지는 레가의 가장 막내 카트리지들이다. 냉정하게 객관적 성능은 해상도, 윤곽, 다이내믹 커트라스트 등 모두 상위급에 비해 열세다. 하지만 취향의 영역으로 진입하면 조금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깨끗한 배경과 좀 더 선명한 사운드의 상위 Exact 카트리지에 비하면 밀도감은 낮지만 Bias2 같은 경우 좀 더 풍성한 중역과 보풀이 느껴진다. Bias 2 및 Carbon 끼라도 물론 조금씩 차이를 두고 있으나 가격을 생각하면 대단히 훌륭한 MM카트리지들이다. 밥 딜런의 ‘Hurricane’에서 기타와, 바이올린 등 현악기들이 상당히 싸이키델릭하게 들린다. 허리 곧추세우고 냉정하게 분석하기보다는 음악의 하모닉스에 푹 파묻히게 만드는 면이 있다.



Gary Karr - Adagio d'Albinoni
Harmon Lewis Pipe Organ


전체적인 밸런스 자체는 중, 저역 쪽으로 내려와 있어 상당히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이다. 최근 사용중인 오토폰 2M Blue 같은 카트리지와는 정반대편에 있는 소리다. 면도날 같은 첨예함보다는 따스한 순면의 표면 질감이 도톰한 살집 위로 흐른다. 예를 들어 게리 카의 알비노니 아다지오 같은 곡을 들어보면 낮게 깔리는 현은 매우 진하다 못해 질펀한 느낌으로 들린다. 아주 깊은 저역까지 타이트하게 재생하진 못하고 약간 번지는 구간이 포착되는데 입문기임을 감안할 때 눈감아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부분도 Bias 2와 Carbon을 구분해주는 중요 포인트 중 하나다. 물론 Bias 2가 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The Syd Lawrence Orchestra - Big Band Music
Big Band Spectacular


고음질 녹음 클래식 음악 재생에서 살 떨리는 긴장감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긴장을 풀고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감에 몸을 맡겨라. 사실 클래식 재생보다는 상대적으로 가요와 팝 음악에 강점이 있는 카트리지다. 이 카트리지는 그렇게 음악을 즐기라고, 턴테이블이나 카트리지도 그저 기계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듯 몸소 바늘을 불태우듯 긁어가며 오디오파일이 아닌 음악 애호가에게 호소하고 있다. 다이렉트 커팅 방식으로 제작한 시드 로렌스 오케스트라의 빅밴드 음악을 들어보면 중역대의 풍부한 하모닉스를 중심으로 육중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빅밴드의 리듬감이 십분 더 살아난다.



"총평"


여태까지 경험해왔던 아날로그 기기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의아한 점이 있다. 출시 당시 훨씬 더 비싼 가격을 가졌지만 현재 중고로 무척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제품들. 예를 들어 PE, 듀얼, 토렌스의 하위 기종 구형 제품들. 나는 이런 턴테이블을 여러 종 사용해보았지만 레가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빈티지로 분류되는 이런 제품들은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경우가 많을뿐더러 스테레오 이미징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무척 평면적이 소리를 낸다. 게다가 여기저기 손을 보고 아무리 세팅을 잘해도 세팅이랄 것도 없어 그냥 휙 던져놓고 듣는 레가 턴테이블과 카트리지의 소리가 훨씬 더 낫다.





최근 레가에서 출시한 레가 대표의 저서를 읽어볼 계획인데 과연 어떤 비밀이 있는지 궁금하다. 레가 Bias 2와 Carbon는 레가의 오랜 노하우가 듬뿍 담긴 카트리지로 아날로그 입문 또는 다시 시작하는 아날로그맨을 위한 단초가 되어줄 것이다. 소소한 단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을 감안할 때 두 카트리지는 레가가 주는 보너스 선물과 같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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