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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월드 소식

[인터뷰] 문제의 핵심에 도달해 완벽한 솔루션을 찾기까지 - Chord Electronics Jonh Franks & Rob Watts (하이파이클럽, 2016년 5월)

하이파이클럽 2022-04-12 조회수 131




성장 배경과 환경은 한 개인의 정체성 뿐 아니라 개인과 연관된 주변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개발자의 경우, 그 사람의 사고방식, 발상, 습관, 철학 등 다양한 것들이 생산 과정은 물론, 결과물인 제품에 녹아들어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소개할 주인공은 ‘우주항공’ 분야에 종사하며 전자공학 기술자로서 제품을 개발했던 사람이다. 우주라는 극단적인 공간에서 사용될 제품의 일차적 조건은 ‘절대적 완벽’일 터.

그러한 다소 독특한 배경에서 형성된 철학을 견지한 채 CHORD Electronics를 설립한 John Franks 대표, 그리고 그 철학을 계기로 만나 지금까지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저명한 디지털 전문가 Rob Watts를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두서없이 이뤄진 인터뷰이지만 장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기술적인 부분들은 물론, 여러 가지 흥미로운 비화들과 제품을 개발할 때의 철학, 목표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CHORD Electronics John Franks CEO & Rob Watts 수석 엔지니어 (우, 좌)



인터뷰어: 하이파이클럽

인터뷰이: John Franks (존 프랭스) & Rob Watts (롭 왓츠)





-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단 하이파이클럽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부터 해 주시죠.


John Franks : 안녕하세요, Chord 설립자 겸 대표 존 프랭크스 입니다.

Rob Watts : 안녕하세요, Chord의 설계 자문위원 및 엔지니어 롭 왓츠 입니다.





- 간단히 부탁드렸지만 너무 간단히 하시네요.(웃음) 본인에 대해 더 자세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령 어떤 계기로 오디오 제작을 업으로 삼게 되었는지 라던가......


John Franks : 저 같은 경우는 우주항공전자공학 기술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앰프 제작은 사실 차고에서 즐기던 취미 생활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제가 개발하던 초정밀 고주파수 SMPS 전원부를 앰프에 접목시키면 볼륨 레귤레이터의 선형성이나 앰프의 반응속도 등 다방면에서 앰프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계기로 코드를 설립하게 되었죠. 다행히도 BBC에서 최단시간 만에 인증을 받은 것을 기점으로 세계 각지의 스튜디오들과 평론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현재까지 취미를 본업으로 이어올 수 있었고요.


Rob Watts :  저는 오디오를 워낙 좋아해서 제가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35년간 계속해서 오디오를 제작해왔어요. Chord와 협력 관계를 맺은 건 25년 정도 됐죠. 하지만 본업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건 Hugo 개발 이후부터인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쭉 프리랜서 자문위원으로 일해온 데다 하이엔드 디지털 오디오보다는 실리콘 반도체 설계가 주업이었거든요. 그런데 Hugo의 음질이 제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것을 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역추적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토대로 개선시키고 하다 보니 최근 3년 간은 거의 모든 시간을 디지털 오디오 설계에만 할애한 것 같아요.





- '코드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포터블 기기' 정도로만 알았지,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모델이었는지는 미처 몰랐네요. 생각해보면 Hugo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던 데에는 '코드가 만든 포터블 모델' 이라는 점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는 뛰어난 음질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비결이 뭔가요?


John Franks :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프로그램이 가능한 반도체의 일종으로 용도에 맞게 회로를 다시 새겨 넣을 수 있다. 역자 주)칩을 사용해 설계했다는 것, 그리고 그 설계자가 롭이라는 점이죠. FPGA칩은 정보 처리 능력이 월등하고 자유롭게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거대한 캔버스 같은 논리회로에요. 반면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되는 단순하고 규격화된 산업용 DAC칩과 패시프 저항, 그리고 커패시터로 이루어진 DAC 설계는 그 성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죠. 그러한 FPGA칩에 관련 특허를 여럿 갖고 있는 세계적인 권위자 롭이 '음질 극대화' 라는 목표를 갖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거죠. 그 결과는 물론 극대화된 성능이고요.








Rob Watts : 기술적인 설명을 부가하자면, Hugo 플랫폼은 FPGA에 들어가는 코드의 일종이에요. Hugo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Hugo, Hugo TT, Mojo, 2Qute는 모두 동일한 코드를 공유하죠. Hugo 플랫폼이 타 DAC보다 나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적인 세 가지만 추려서 말씀 드릴게요.





▲ CHORD Hugo, Hugo TT, Mojo의 회로 기판(위에서부터 아래 순)



첫째는 시간영역이에요. DAC의 목적은 디지털 즉, 샘플화된 신호를 갖고 샘플화되기 전의 연속적인 아날로그 신호를 재구성하는 건데요, 타 DAC들은 찰나의 시간차를 재구성해내지 못해 오차가 발생해요. 그리고 이는 막대한 음질 저하를 야기하죠. Hugo 플랫폼은 타 DAC 대비 500배의 정보처리 능력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이 뛰어난 정보처리 능력은 찰나의 시간차를 최소화 시켜 훨씬 정확하게 원래의 아날로그 신호를 재구성하는 데 쓰이죠. 이로 인한 효과는 악기나 목소리의 음색, 정위, 음고, 무대의 크기, 깊이, 공간의 높이, 공간에서 비롯되는 울림, 음의 시작과 끝의 우수한 재현이에요.


둘째는 노이즈 셰이퍼와 펄스 어레이 DAC 이에요. 노이즈는 디지털 소스기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노이즈를 얼마나 감소시켰는가가 성능을 크게 좌우해요. 때문에 노이즈 셰이퍼를 DAC 설계의 꽃이라고들 하죠. Hugo 플랫폼에 설계된 노이즈 셰이퍼는 왠만한 하이엔드 DAC들보다도 뛰어난 편이에요. 잡음 관련 측정 수치가 이를 방증하죠. 그리고 거기에 더해 제가 1995년에 개발한 특허 기술인 펄스 어레이 DAC을 적용한 덕분에 Hugo 플랫폼은 타 DAC 대비 약 1,000배의 해상도를 지녀요. 이로 인해 아주 미세한 신호들까지도 아주 명확하게 포착되죠.


셋째는 잡음층 변조 제거에요. 잡음층 변조란 신호와 잡음이 비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 수치가 높을 경우 신호가 커질수록 음이 딱딱하고 밝고 차갑게 즉, 속된 말로 디지털스럽게 들리죠. 문제는 잡음층 변조를 유발하는 이유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 수치를 낮추는 게 매우 까다롭다는 건데요, Hugo 플랫폼의 잡음층 변조 수치는 측정이 불가한 수준으로 낮아요. 덕분에 소리가 부드럽고 자연스럽죠.





- 포터블 기기답지 않은 잡음과 왜곡 수치가 이런 데에서 기인하는 거였군요. 그나저나 방금 Hugo랑 Hugo TT랑 Mojo가 동일한 'Hugo 플랫폼'을 공유한다고 하셨는데, 그럼 디지털단까지는 거의 흡사하다는 말씀인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John Franks : 먼저 개발된 Hugo TT부터 말씀 드릴게요. Hugo는 원래 휴대용으로 개발되었어요. 그리고 휴대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들기 위해 기능적으로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성능 또한 저희가 만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음질을 유지하면서 우선 순위를 정해 타협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우수한 성능 때문인지 거치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거에요. 그래서 희생하고 타협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들을 모두 포함시켜서 아예 거치용 모델로 만든 것이 Hugo TT에요. 즉, Hugo에서 누락되었던 것이 모두 반영된 완성형이 바로 Hugo TT라고 할 수 있죠.


▲ CHORD Hugo TT DAC & Headphone Amplifier




Rob Watts : 기능적인 부분 말고 성능 향상을 위해 Hugo TT에서 개선 및 추가된 점을 정리해 드릴게요. 첫째, USB 입력단에 갈바닉 아이솔레이션이 적용되었어요. 갈바닉 아이솔레이션이란 간단히 말해서 전기를 분리해서 전류의 흐름을 차단하는 건데요, 이걸 적용하게 되면 무선주파수 잡음과 신호 관련 잡음이 제거되기 때문에 PC나 MAC에 일체 영향을 받지 않게 되죠. 결과적으로 깊이 표현과 자연스러움이 향상되고요.


둘째로 아날로그 회로가 개선되었어요. 측정 수치를 보면 4dB 기준으로 전고조파 왜율(THD)과 잡음이 Hugo보다 훨씬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죠. 그 결과는 보다 깨끗하고 순도 높은 소리고요.


셋째는 순 A급 증폭 바이어스의 증가와 개선된 전원부에요. 두 배의 배터리 용량과 초고용량 축전지(Super Capacitor)를 사용함으로써 전력을 대폭 보강했고, 이를 통해 음질을 저하 없이 바이어스를 증가시켰죠. 덕분에 저임피던스 헤드폰 구동이 더욱 용이해 졌고요. 요약하자면 디지털단을 제외한 핵심 부분 즉, 전원부, 아날로그단, 그리고 USB 입력단에 개선이 이루어진 거죠.





- 음질 차이가 클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다면 Mojo는 어떤가요? Mojo같은 경우는 샘플링 레이트나 잡음, 왜곡 관련 수치가 Hugo나 Hugo TT보다 우수해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던데, Mojo는 어떠한 포지션으로 만들어졌습니까?


John Franks : Mojo는 Hugo TT와 정반대에요. 휴대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드느라 희생하고 타협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들을 모두 포함시킨 완성형이 Hugo TT라면, Mojo는 출력이나 음질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력 소모를 최소, 최적화하고 휴대 시 불필요한 기능들을 모두 뺀 라이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죠.






▲ CHORD Mojo DAC & Headphone Amplfier for Smartphone




Rob Watts : 사실 Mojo에는 비화가 있어요. 4년 전 존이 제게 "롭, 사람들이 Hugo가 포터블이 아니라 '트랜스포터블'(transportable: 휴대용이 아니라 휴대할 수는 있다는 뜻으로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거쳐블'로 순화. 역자 주)이래. Hugo와 버금가는 성능에 크기를 반으로 줄일 수 없을까?" 라고 물었어요. 저는 단칼에 "말도 안 돼!" 라고 답했죠. 기본적으로 FPGA 칩이 소모하는 전력이 있는데, 이를 아무리 최적화한다고 해도 배터리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크기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크기를 줄이고자 아날로그 회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었는데, 성능도 향상되고 전력 소모도 획기적으로 감소한 7세대 아르틱스(Artix) 시리즈가 출시된 거에요. 게다가 고온 리튬 폴리머 배터리 기술력도 그 동안 많이 발전했고요. 그래서 그 때부터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mW단위로 전력 소모를 최적화하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전력 소모를 반으로 줄일 수 있었고 크기 또한 의도했던 것보다도 더 작게 만들 수 있었죠. 왜곡이나 잡음 수치의 향상은 아날로그 회로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자연스레 이뤄졌고요.


정리하자면 Mojo의 일부 수치가 Hugo보다 우수한 이유는 최신 FPGA 칩을 사용하고 아날로그 회로의 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Mojo가 상급기인 건 아니에요. 마치 Hugo의 사양 중 일부 수치가 QBD76보다 높지만 상급기가 아닌 것처럼요.





- 최근에는 DAVE 라는 모델을 새로이 출시했는데, DAVE도 Hugo 플랫폼에 기반해서 제작된건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Rob Watts : 기본적인 콘셉트는 같아요. 하지만 디지털 신호에 관련된 코드는 새로운 아키텍처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새롭게 짰죠. FPGA 칩만 해도 같은 스파르탄 시리즈이지만 용량이 10배 가량 큰 모델을 사용했고요. 이를 바탕으로 WTA 필터나 노이즈 셰이퍼같은 핵심적인 부분들을 개선시켰고 시간축과 잡음 제어 등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죠. 아날로그단도 훨씬 진보적인 방식으로 혁신을 이뤄냈어요. 164,000개의 디지털 탭, 0.000015% 전고조파 왜율(THD), 측정 불가한 부조화 왜곡(anharmonic distortion)와 잡음층 변조(Noise floor modulation), 127.5dB의 동적 범위(Dynamic range) 등, 가격대를 불문하고 유례없는 측정 수치가 이를 방증하죠.








John Franks : Dave는 비용, 시간, 자원 등에 구애 받지 않고 일체의 타협이나 제약 없이 제작한 모델이에요. 롭이 칩셋의 처리능력에 제한 받지 않고 광활한 캔버스에 그리고 싶은 걸 그리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그리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앞서 롭이 언급한 것처럼 용량이 10배 가량 큰 모델을 사용하게 되었고, 많은 부분에서 과학적으로 더 이상의 향상이 필요 없거나 해당 칩셋의 처리능력과 연산속도 상 더 이상 개선되지 않는 수준까지 도달했죠.




▲ CHORD DAVE DAC



가령 잡음층을 예로 들면, 잡음층은 높아질수록 소리가 딱딱해지고 날이 서며, 음은 밝아지고 악기간 분리도나 무대의 깊이 표현은 떨어지게 되거든요? 그런데 롭이 연구하다가 잡음층이 -350dB 이하로 내려가면 인간의 귀와 뇌가 더 이상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낸 거에요. 그리고는 그 결과를 도출한 날로부터 몇 개월간 노이즈 셰이퍼에만 매달리더니 기어코 잡음층을 -350dB 이하로 낮추더라고요. 물론 그 대가로 총 46개의 적분기 연산 회로(integrator)로 이루어져 있고, 17단의 셰이핑을 거치며, 셰이퍼 하나만으로도 Hugo에 들어가는 FPGA 칩의 용량을 초과하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복잡하며 진보된 노이즈 셰이퍼가 생겨났지만 말이죠. (웃음) 그나저나 -350dB라니 엄청나지 않나요?





- 350dB라니 오디오 사양에서 처음 보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DAVE에도 헤드폰 출력 단자가 있던데, Hugo부터 DAVE까지 이렇게 Head-Fi에 집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John Franks : (잠시 생각하더니) 음악 좋아하시죠?





- 네. 당연히 엄청 좋아합니다.


John Franks : 저도 좋아해요. 선호하는 장르는 다를지 몰라도 음악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죠. 연주자가 아니어도 음악을 듣고 향유할 수 있다는 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런데 디지털 음원과 포터블 시장이 성장하면서 언제 어디서건 음악을 즐길 수는 있게 되었지만, 반대로 음질은 열악해져서 음악이 주는 감동과 희열이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지워지는 것 같았어요. 하물며 지금 10대부터 30대는 대부분 Hi-Fi를 아예 경험조차 해보지 못한 세대잖아요. 음악은 그 자체로도 너무나 커다란 축복인데 그걸 온전히 들어보지조차 못한다는 게 너무 개탄스러웠어요. 그게 Hugo를 개발한 데 이어 더 저렴하고 접근이 용이한 Mojo를 만들게 된 이유에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Mojo와 Hugo를 통해 온전한 음악의 감동과 희열을 맛보길 바랐어요.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일부는 훗날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라우드 스피커와 앰프, 소스기기로 구성된 Hi-Fi 시스템으로 음악을 듣게 되겠죠.








-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무실의 PC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듣다가 집에 와서 Hi-Fi 시스템에서 동일한 소스를 들었을 때 완전히 다른 음악처럼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해요. "PC로만 이 곡을 들은 사람들은 그게 이 곡의 전부인 줄 알겠지?" 하고 말이에요. 안타깝죠. 그나저나 하이엔드 Hi-Fi 제조사로서 Mojo와 같은 대중 시장 상품을 만든 건 큰 모험을 강행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떤가요?


John Franks : 그렇죠. 사실 경험이 없는 시장이니까요. 하지만 크게 변한 건 없어요. 물론 기존에는 수작업으로만 작업해왔던 반면, Mojo는 생산 수량이 많다 보니 저희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하청 업체의 전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생산한다는 점이 다르긴 하죠. 하지만 그 외에 것들에는 변함이 없어요.





- 그 외의 것들에는 어떤게 있나요?


John Franks : 저희만의 자원이라던가 제품을 개발할 때의 철학이죠. 코드는 규모가 큰 기업은 아니지만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들과 견줄만한 저희만의 자원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면 전형적인 영국 식의 '끈질긴 창의성'이 그 중 하나죠. 그 끈질긴 창의성 덕분에 평범함과 타협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궁극의 설계를 목표로 24년이라는 세월을 앞만 보고 달려올 수 있었어요. '인내심'도 자원 중 하나에요. 시장 논리에 따라 규칙적인 출시 사이클을 갖지 않고 만족스러울 정도로 성능이 개선되거나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었을 때에만 신제품을 출시해왔죠.





▲ CHORD Hugo와 Mojo (좌, 우)




또 다른 자원 중 하나는 유행과 흐름에 대한 '민첩한 대응력' 이에요. 저희는 디지털 음원이 유행하기에 훨씬 앞서 진보된 방식의 DAC을 출시했고, 지금은 스마트폰과의 연계에 집중하고 있죠. 일에 대한 '열정'도 저희만의 자원이에요. 작년에 롭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롭이 제게 그러더군요. "최근 2년간 새로이 배우고 개발한 게 지난 10년보다 많은 것 같아." 라고 말이죠. 저와 롭 모두 이 일을 너무 재미있어 하고 이 일을 즐기고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어요. 사실 마지막이 가장 큰 자원이자 원동력이죠. (웃음)





- 직업을 즐기고 있고 재미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제품을 개발할 때의 철학은 어떤건지 궁금합니다.


John Franks : 아, 뭔가 찜찜했는데 철학 얘기를 안 했군요. 고맙습니다. 코드의 철학은 제가 우주항공전자공학 기술자로 일할 때 생긴 거에요. 그 산업에서의 철칙 중 하나는 '어떠한 문제이건 재 수리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에요. 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우주선을 만드는 데, 뭔가 석연치 않은 채로 놔두거나 어영부영 넘어가면 우주선이 이륙을 못 하거나 우주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에 당면했을 때 그게 얼마나 까다롭건 가격이 얼마나 많이 나가건 그 즉시 완벽한 설계 솔루션을 찾기 위해 반드시 문제의 핵심에 도달해야 하고요. 저는 이 철학을 제 사업에 그대로 가져왔어요. 정리하면, '얼마나 까다롭건 가격이 얼마나 많이 나가건 완벽한 설계 솔루션을 찾기 위해 반드시 문제의 핵심에 도달한다' 가 코드의 철학인 거죠. 이 철학 덕분에 롭과 함께 일할 수 있기도 했고요.





- 안 그래도 어떻게 롭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철학과 관련이 있었군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John Franks : 물론이죠. 롭을 처음 만난 건 코드를 설립한지 4년째 되는 해,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가전 박람회로 매해마다 개최된다. 역자 주)에서였어요. 저희는 원래 500킬로미터 거리에 살았는데요, 공교롭게도 제가 내놓은 집에 롭의 부모님이 이사 오시면서 가끔씩 만나는 사이가 됐죠. 그러던 어느 날 롭이 자신이 생각하는 DAC 설계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협력할 생각이 없는지 물었어요. 롭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는 기술적으로 혁신적이고 이견이 없는 이론이었어요. 그리고 롭은 자신의 발상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있었죠. 문제는 비용이었어요. 당시 기성 산업용 칩은 2달러 정도밖에 안 했는데, 롭은 55달러인 FPGA 칩을 4개를 사용하고자 했거든요. 이게 사실 말이 안 되는 게, 시점이 20년도 더 된 얘기잖아요. 지금으로 따지면 DAC칩에만 몇 백만 원을 쓰자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집에 와서 고심하던 중 '얼마나 까다롭건 가격이 얼마나 많이 나가건 완벽한 설계 솔루션을 찾기 위해 반드시 문제의 핵심에 도달한다'는 제 철학이 떠올랐어요. 사실 DAC의 핵심은 결국 DAC칩이잖아요. 그래서 롭에게 전화를 걸어 "일단 시제품을 만들어서 테스트해 보자"고 제안했고, 몇 달 후에 롭이 시제품을 갖고 왔죠. 둘이 시연실에 들어가서 앰프에 연결해서 들어보는데, 소리가 정말 엄청난 거에요. 제가 디지털 소스를 들으며 항상 느꼈던 어색함과 이질감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소리였던 거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롭에게 바로 만들겠다고 답했어요. 참고로 그 시제품을 최적화하고 케이스를 씌워 발매한 게 코드의 첫 성공적인 DAC이자 고가의 하이엔드 DAC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약 18,000대 정도의 판매고를 올린 스테디셀러 'DAC 64' 에요. 그리고 24년이 지난 지금, 그 어떠한 칩보다 자유도가 높은 FPGA 칩의 이점을 한껏 누릴 수 있게 되었죠.





- 코드의 철학이 없었다면 세계 최고의 디지털 전문가이자 설계자와 그냥 이웃으로 지낼 뻔 했군요. (웃음)


Robert Watts : 그렇죠. 가끔 그 때 CES에서 존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어쩌면 하이엔드 오디오를 아예 안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죠. 사실 이론적으로 혁신적이고 이상적이라 할지라도 상업적인 측면에서 생각했을 때 소리만 듣고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 발상과 강박적인 집착에 아낌없는 지원과 지지를 보내주고 현실화 시켜주는 면은 고맙죠.





-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흘러서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요즘 디지털 소스기기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유지되던 소스, 앰프, 스피커 구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많은 Hi-Fi 제조사들이 Head-Fi, 액티브 스피커, 블루투스 스피커, 올인원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코드가 예상하는 Hi-Fi 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리고 그것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John Franks : (한참 고민하더니) 글쎄요. 솔직히 Hi-Fi 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알면 돈은 많이 벌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누가 알 수 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앞으로도 그저 온전한 음악의 감동과 희열을 전달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계속해서 해나가려고 해요. 저렴한 가격대에서는 고음질을 맛볼 수 있도록, 그리고 풀사이즈의 레퍼런스 기기들에서는 실연에 가까운 음악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말이죠. 참고로 지금 개발 중인 여러 모델 중 가장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건 ADC(Analogue to Digital Converter: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주는 기기로 주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사용된다. 역자 주)에요. 비록 가정용은 아니지만 현재의 레코딩 품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줄 거에요. 그리고 그에 따른 혜택은 다시금 우리에게 더욱 품질 높은 음악으로 돌아오는 거죠.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