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News & Notice

[리뷰] PMC FB1i - 2웨이로 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저역 (월간오디오)

[월간오디오] PMC 2022-04-12 조회수 194


 




"잘 조율된 저역에 높은 음악성, 거기에 울리기 쉽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만한 경쟁력을 지닌 스피커는 따로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스피커를 고를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저역이다. 과연 어느 선까지 저역을 추구할 것인가로 고민하게 되는데, 그에 따라 북셀프냐 혹은 3웨이 플로어 스탠딩이냐가 갈리게 된다. 현악이나 여성 보컬 등 예쁘고, 명징한 소리를 찾는다면 2웨이가 낫고, 록이나 재즈, 대편성 오케스트라 등을 좋아한다면 어쩔 수 없이 3웨이를 찾아야 한다.


이를 엄밀하게 스펙으로 따져보면 이렇다. 대부분의 북셀프는 대략 50Hz 정도에서 저역이 멈춘다. 3웨이는 이르러야 40Hz 언저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우퍼의 구경이 큰 2웨이는 40Hz 밑으로 얼마든지 뻗지만, 통상의 기준으로 따져볼 때 이렇다는 것이다. 필자는 아무래도 재즈나 록을 많이 듣기 때문에, 2웨이로는 어지간해서 만족할 수 없다. 어퍼 베이스 정도만 나오고 그 밑으로는 잘려버리기 때문이다. 드럼 역시 반쪽만 나오므로, 손놀림만 들리고 발 놀림은 실종된다. 아무리 잘 만든 북셀프라도 이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3웨이로 가면 좋겠지만, 여기엔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를 제대로 구동하려면 인티앰프로는 힘이 들고, 결국 분리형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소스 또한 양질의 제품을 물려줘야 한다. 단순히 우퍼 유닛 하나가 더 늘어난다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PMC의 제품을 보면, 이런 기준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 마치 이런 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2웨이 북셀프며 톨보이 모두 엄청난 저역을 보여준다. 일례로 우리에게 가장 인가가 높은 TB2의 경우, 이번에 i 버전으로 바뀌면서 밑으로 무려 40Hz까지 뻗는다. 무지막지하게 큰 우퍼를 채용하고 인클로저 용적도 큰 일반적인 2웨이들이 41-43Hz 정도에 멈추는 것을 보면 경이적인 수치다.


그러다가 역시 2웨이 방식으로 해서 본격적인 트랜스미션 라인을 동원한 톨보이로 넘어가면 경악할 만한 스펙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2웨이 톨보이 중 제일 하위모델인 GB1i의 경우, 무려 29Hz까지 내려간다. 이는 다시 말해 서브우퍼를 덧댄 홈시어터급의 저역 핸들링 능력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이번에 소개할FB1i는 여로 모로 재생음에서 저역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저역을 잡았을 때 얼마나 음악이 다이내믹하면서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케이스라 하겠다.


사실 처음에 본 기의 스펙을 보고 이거 인쇄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분명 맞았다. 본 기는 정확히 28Hz까지 떨어진다. 참고로 고역은 25kHz까지 뻗는다. 그러고 보면 GB1i와는 1Hz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그럼 무슨 이유로 본 기를 구매한단 말인가 의문을 가질 법하다. 이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항목을 점검해야 한다.


첫째, 이들이 특허를 받은 ATL(Advanced Transmission Line)의 길이가 다르다. 본 기가 3m의 길이를 갖는데 반해, GB1i는 2.4m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히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저역의 양감이며 퀄러티에 깊이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스피커의 감도 문제다. 이렇게 ATL의 길이도 길고, 인크로저의 용적도 크면 그만큼 감도도 뛰어나기 마련이다. 본 기가 90dB의 감도를 갖는 데 반해, GB1i는 87dB에 머문다. 여기에 덧붙여 본 기가 17cm 구경의 우퍼를 쓴다면, GB1i는 14cm 우퍼를 쓴다는 점도 확실히 다르다. 즉, 1Hz의 차이를 갖는 스펙이지만, 그 내용은 매우 딴판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짐 틸의 명언이 떠오른다. 저역을 1Hz 내릴 때마다 개발비가 두 배로 든다.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라 하겠다. 참고로 본 기의 바로 위 기종인 OB1i부터는 완전한 3웨이 사양이다. 6Ω에 87dB의 감도를 가질 만큼, 여러모로 대출력의 앰프를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8Ω에 90dB의 스펙을 가진 본 기야말로, 100W 정도의 인티앰프로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는 제품인 것이다. 이렇게 저렴한 앰프로 물려서 28Hz까지 떨어지는 딥 베이스를 만끽할 수 있는 스피커는, 필자가 아는 한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이 자체만으로 기적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PMC의 저역 핸들링에 대해선 세상이 다 아는 것이지만, 스펙을 꼼꼼히 따져가며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또 하나 덧붙인다면, 역시 고역의 아름다움을 들 수 있겠다. 사실 본 기의 17cm 사양 우퍼는, 실제로는 미드 베이스라 하겠다. 왜냐하면 28Hz-2kHz를 커버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풀 레인지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그렇다면 2kHz 이상을 담당하는 트위터가 무슨 대단한 역할을 할까 싶지만, 여기서 재생되는 고품위하고, 맛깔 난 음에는 분명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PMC가 새롭게 개발한 소노렉스(Sonolex) 트위터의 위력이 있는 것이다.


이 유닛은 PMC가 개발하고, 시어스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드라이버로, 소프트 돔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왜곡이 적고, 방열이 잘 되어 있어서 장시간 사용해도 음의 변화가 없다. 특히, 뉘앙스가 풍부하고, 여운이 깊어서, 바이올린이나 목관악기 등의 재현에 큰 강점을 갖고 있다. 스튜디오 태생의 PMC인지라 다소 경질에 무기질적인 음이 특징이었지만, 이번에 i 버전으로 바뀌면서 여러모로 깊은 음악성을 획득했는데, 그 핵심에는 소노렉스 트위터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사실 구형 PMC의 모델은 지금도 중고 시장에서 반응이 좋아, 장터에 올리거나 샵의 홈페이지에 등록하는 대로 사라진다. 특히 홈시어터에 큰 강점을 갖기 때문에 대형기를 쓰는 분들은 이왕 들인것 뭐 별다른 대안이 있나 싶어서 그냥 사용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의 i 버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변화된 부분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두고 있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놀라운 경험을 많이 한 터라 기회가 되면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간 PMC의 스튜디오 지향의 음에 불만을 가진 분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잘 조율된 저역에 높은 음악성 거기에 올리기 쉽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만한 경쟁력을 지닌 스피커는 따로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시청을 위해 앰프 및 CD 플레이어는 플리니우스의 9200SE와 CD-101SE를 동원했다.




청음


첫 곡은 힐러리 한이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상당히 오케스트라의 스케일이 크고, 바이올린은 심지가 굵다. 그러면서 제비처럼 날렵하다. 고역으로 치 닫을 때의 모습을 보면, 꼭 제비가 땅을 치고는 허공으로 빠르게 치솟는 모습이 연상된다. 투티에서 펑펑 터지는 저역의 뒷받침은 곧 음악적 쾌락으로 연결되고, 덕분에 시청이라는 사실을 잊게 계속 듣게 만든다. 정말 후련한 기분이 드는 재생음이다.


듀크 조던의 “No Problem”은, 처음에 손으로 드럼을 두드리며 시작하는데, 그 손놀림이 극명하게 다가온다. 심지어 북의 텐션까지 느낄 정도다. 이어서 본격 연주가 시작되고, 스틱으로 바꾸면 드럼세트의 표정이며 스케일이 확 일변한다. 특히 심벌즈가 기분 좋게 찰랑거리는 대목은 재즈의 스윙감을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며, 킥 드럼을 밟을 때의 어택감도 상당히 강력하다. 더블 베이스의 나긋나긋한 워킹이나 신명나게 두드리는 피아노의 멋진 프레이징 등, 피아노 트리오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재생이다.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S Wonderful”.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배경으로 멋진 드레스 차림의 크롤이 노래하는 듯한 분위기인데, 이 은은하면서 섹시하고 정취가 풍부한 음에는 그냥 매료될 수 밖에 없다. 다소 경질의 느낌을 갖고 있는 보컬이 나른하게 중앙을 차지하면서 나타나고, 그 뒤로 피아노 트리오와 오케스트라가 멋진 앙상블로 백업하는데, 그 놀라운 어레인지가 하등 흐트러짐 없이 다가온다. 이제는 저역이 어떻고, 고역이 어떻고 하는 논의가 무의미해진다. 이런 멋진 음을 듣고, 즐기면 그만 아닌가.


(주) 다빈월드

www.dab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