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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PMC DB1i - 풍성하고 옹골찬 소리의 (월간오디오, 2009년 6월)

[월간오디오] PMC 2022-03-11 조회수 206




80년대 하이파이용으로서 가장 작은 미니 스피커는 프로악의 1SC라는 모델이었을 것이다. 이 스피커를 처음 보는 순간 마치 군용 파카를 입었다면 주머니에 집어놓고 싶다는 충동을 받았다. 그 뒤로는 미니이면서도 크게 주목을 받을 만한 제품이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미니란 북셀프의 개념이다.


북셀프란 글자 그대로 서가에 집어넣으면 안성맞춤인 사이즈라는 말이지만 요즘 암만 작은 스피커라도 해도 서가에 넣을 만한 제품은 드물다. 그 대신 오히려 고가의 스탠드를 거치하고 사용법이 더 까다롭다. 무게도 웬만한 톨보이에 육박하거나 더 무거운 경우도 있다. 서가에 집어넣고 마음 편하게 음악을 즐기라는 애초의 목적이 사라져 버린 지 한참 된 것 같다. 정통 북셀프는 이미 사라져버린 지 오래되고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논리와 학설 아래 대형인지 소형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기법으로 고급 자재를 쓰고 엄청 고가인 소형기가 줄지어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은 것이다.


이 자그마한 스피커는 그런 의미에서 그런 향수를 자극한다. 가로 15.5cm, 높이가 29cm, 안길이가 23.4cm에, 무게도 4.5kg에 불과하니 다급하면 표현 그대로 파카 주머니에 쑤셔 넣을 만도 한 것이다. 이런 소형기로 대충 거치하고 기분 좋게 음악을 들으라고 소리 내고 있는 것 같다.


북셀프는 기본적으로 거치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 음의 각도까지 일일이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스피커란 방에서 작당한 장소에 대강 놓으면 된다. 대강 놓아도 9할, 혹은 거의 10에 육박하는 소리가 다 나온다. 방배동의 한 카페에 가봤더니 탄노이 스피커를 놓을 장소가 없어서 천장에 달아 놓은 것을 봤는데 마치 천상에서 내려오는 듯한 황홀한 소리를 들려주기에 새삼스레 거치의 원칙에 대하여 회의를 가져본 적도 있다.


PMC는 이미 영국에서 현대 모니터 스피커의 최고봉이라고 까지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메이커로서 BBC의 기술진이 만들어낸 실력과 소박함, 풍성한 저역의 대명사로 상징되어 왔다.


좋은 저역을 내기 위하여 미로형이라는 특이한 내부방식을 채택, 작은 사이즈를 초월한 풍성한 저역을 즐기려면 이 메이커의 제품의 추천되어 왔다. 미로형이란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서 세계를 통틀어 제작사가 많지가 않다. 고난고의 목공기술이 있어야 하고 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물론 웬만한 사이즈가 있어야 이런 미로형은 제작할 수가 있어서 본 시청기처럼 앙증맞은 제품에서는 완전 미로형을 구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작은 제품에서도 그런 기본 개념으로 설계가 되어 있어서 도면으로 표시된 내부를 보면 종래와 동일한 방식으로 미로형의 단층이 나타난다. 초소형의 미로 스타일인 것이다. 4단계로 격벽을 나눠서 음도(음이 지나가는 통로)가 제품 높이의 4배에 달한다.


이 영향으로 이번에 시청했던 기종 중에서도 가장 작은 사이즈이면서도 성악을 들으면 그 음장감에 깜짝 놀라게 된다. 커다란 대형 무대에서 파바로티가 당당하게 서 있는 정경이 그대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작다고 까불지 마라, 한판 붙어 볼 테냐!’ 하는 소리가 따라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제품의 첫 번째 느낌은 그렇게 커다란 음장감이다. 성악무대뿐 아니라 대편성곡에서도 마찬가지 질감인데 이렇게 당당한 음장감이기 때문에 남성악에서는 미세한 청량감이 다소 줄어든다. 그러나 특이하다. 현의 독주곡에서는 또 그것이 반전되어 소형기의 심미감, 청량하고 순수한 질감이 유감없이 나타난다. 특이한 이율배반이 이런 것일까?


당연히 재즈나 현장 실황에서의 열기는 좋다. 절대로 소형기 같지가 않은 것이다. 왕년의 프로악 1SC가 마치 소년 왕자처럼 순수와 고아, 그러나 다소 빈약한 음장감이라고 한다면 이 시청기는 그 소년 왕자가 등극을 앞둔 황태자 정도로 성장한 것이라 평가된다. 우리네 보통의 자그마한 방에서 올 라운드로 편하게 음악을 들으며 때로는 풍성하고 옹골찬 저역감도 맛보고 싶다면 이 자그마한 북셀프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된다.


(주) 다빈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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