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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PMC OB1i - PMC의 진가를 맛볼 수 있는 최소한의 투자 OB1i (월간오디오, 10월)

[월간오디오] PMC 2022-04-12 조회수 224



 





글을 시작하기 전에 퀴즈를 하나 내야겠다. 영화 헐크, 식스 센스, 007 어나더 데이, 시카고, 빅 피쉬, 스파이더맨 3의 공통점은? 더 나아가서 칙 코리아, 콜드플레이, 브라이언 메이, 애틀랜틱 레코드사의 공통점은? 당연히 짐작하겠지만, 바로 PMC다. 이 모든 영화며 뮤지션, 레코드 사, 심지어 유명 레스토랑이며 클럽에 PMC가 진출해 있는 것이다.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가 이토록 짧은 기간에 수많은 영역에서 동시에 찬사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스 핸들링이 뛰어나 사이즈를 넘어서는 저 역의 다이내믹스가 나온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음을 내는 것인데, 스피커의 성격상 이런 점은 참 특이하기도 하고, 또 독자적인 면도 있다. 그럼 과연 PMC는 어떤 철학과 테크놀로지를 갖고 있기에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을까?


PMC가 자랑하는 트랜스미션 라인 테크닉은 오래 전부터 통용되던 기술이다. 단, 정식으로 상업화된 제품은 의외로 많지 않아서 TDL이란 회사 정도기 기억되는데, 역시 기술적인 문제로 오래가지 못했다. 사실 저 역의 컨트롤이란 부문은, 모든 오디오 파일이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하게 하는 문제로, 역으로 저역을 잡으면 오디오는 끝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바로 이 부분을 트랜스미션 라인으로 해결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언급할 것이 PMC의 공동 창업자 피터 토마스와 애드리언 로더다. 피터는 BBC에 근무하면서 회사에서 쓸 장비를 선별하는 일을 맡았고, 애드리언은 FWO 부쉬라는 프로 장비 수입사에서 근무했다. 한쪽은 장비를 선택하고, 한쪽은 납품하는 쪽인 만큼, 둘은 자주 만날 수 박에 없었다. 그러다 둘 다 오디오파일이란 점에 의기투합, 결국 스피커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스피커를 시도하다가 결국 트랜스미션 라인이라는 데에 동감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기술은 그리 간단치 않다. 잘못 설계하면 중고역에 뒤쳐진 저역이 나오기 쉽고 또 저역 속에 중역의 성분이 포함되기도 한다. 라인의 길이도 문제지만, 이 라인을 만드는 목재의 퀄러티 또한 문제가 된다. 이런저런 트러블을 숱한 시행착오 끝에 극복하면서 처음 만든 제품이 BB5, 이후 PMC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PMC의 인기 품목은 소형 북셀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 진정한 의미에서 이 회사의 핵심을 맛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이들이 ATL(Advanced Transmission Line)이라 부르는 테크닉은 별도의 특허를 받은 만큼, 이 장치가 장착된 모델을 들어야 비로소 PMC의 진면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OB1i는, 당연히 OB1의 후속기로 i버전이다. 얼핏 보면 밋밋한 톨보이 스타일이어서 눈에 확 들어오지 않지만, 차근차근 스펙을 점검하고, 관련 기술을 살펴나가면 자연스럽게 탄성이 나온다. 물론 최종 판단은 음에 달려 있는데, 그 부분 역시 매직에 속하는 만큼,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하겠다.


우선 유닛을 보면 3웨이 3스피커 구성으로, 각각 고역, 중역, 저역을 담당하고 있다. 트위터는 27mm구경의 소프트 돔인데, 시어스와 합작한 소노렉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고역 특성이 좋고, 파워 핸들링이 뛰어나며, 특히 포커싱 능력이 발군이라고 한다.


미드레인지는 75mm 구경의 소프트 돔, 담당 대역이 380Hz~3.8kHz에 달할 정도로 유능하다. 달리 말하면 밑으로 떨어지는 저역 성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성 신호를 커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저역 쳄버가 위로는 트위터, 밑으로는 우퍼와 각각 독립되어 구성된 점이다. 당연히 상호 간섭이 적고, 왜곡 역시 현저하게 줄어드는 효과를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퍼는 이른바 육반짜리, 즉 6.5인치 짜리인데, 여기서 ATL기술이 더해져서 놀랍게도 28Hz 근방까지 떨어진다. 이 수치는 실제로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최소 15인치 유닛 정도는 되어야 실현 가능한 경지다. 어떻게 이 사이즈로 이런 특성을 얻어내는지 의심이 드는데, 여기에 PMC의 진짜 실력이 있는 셈이다.


아무튼 이렇게 상이한 3개의 유닛을 동원한 본격파 3웨이 스피커는, 당연히 크로스오버 설계에 많은 공이 들어간다. 여기서는 24dB 옥타브를 사용해서 절묘하게 컨트롤한 바, 특히 대입력에도 끄덕 없는 성능을 얻고 있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것이 트라이와이어링의 제공. 실제로 트라이 앰핑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작은 스피커에 스테레오 파워 앰프를 세 대씩이나 동원할 애호가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바이와이어링이나 바이앰핑 정도는 기본이 아닐까 싶다. 다만, 이번 시청에는 엄청난 실력을 갖춘 럭스만의 M-800A파워가 활약했으므로 싱글 앰프로도 본 기의 성능을 파악하는데 별로 모자람이 없었다.




청음


본격적으로 시청평을 쓰기 전에 한 가지 언급할 부분이 있다. 과연 ATL이 얼마나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갖고 있는지는 솔직히 본 기를 들으면서 처음 실감할 수 있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웠다. 이렇게 쓰면 바닥을 쾅쾅 두드리는 저역을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말 그대로 잘 조율된 저역이 나왔다. 즉, 일체의 부밍이나 과장이 없이 터질 때는 한없이 터지다가도 필요 없을 때는 지극히 잠잠한 저역. 과연 이런 느낌이 얼마나 전달될지 모르겠으나, 이를테면 멀티앰핑을 통해 얻어진 지극히 높은 클래스의 저역을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척 앰프를 하나 물리기만 해도 빼어난 저역이 쏟아지는 만큼, 채널 디바이더를 동원해 오랫동안 끙끙거린 분들은 좀 허망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저역이 다듬어지지만, 두말할 필요 없이 중고역이 피어 오른다. 아니 엄청 살아난다. 그런 매직의 세계, 그게 바로 본 기가 선사하는 초대 성과일 것이다.

이번 시청을 위해 프리앰프는 럭스만의 C-800f을 동원했고, 소스는 D-08SACD플레이어를 썼다. 다소 정교치밀하고 여성적인 성향의 럭스만이 새롭게 i버전으로 바뀐 본 기와 더없이 훌륭한 매칭을 이뤘음에 놀랐고, 덕분에 시청 내내 즐겁게 음을 들을 수 있었다.


첫 곡은 폴리니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7번. 일단 대역 밸런스가 좋고, 전체적으로 들뜨지 않은 차분함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오케스트라가 몰아칠 때에는 하등의 흔들림이 없고 밀고 나가는 대목이 특필할 만 하다. 무엇보다 음 하나하나가 고품위하고 또 아름다워서, 확실히 i버전으로 오면서 음이 많이 진화했구나, 실감하게 된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혼연일체가 되어 연주하는 대목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 정교한 타임 얼라인먼트의 승리라 하겠다.


게이코 리의 ‘Night and Day’에서 놀란 것은 목소리의 침투력. 다소 거친 부분과 여성적인 느낌이 골고루 아우러져 있다. 더블 베이스의 음은 전혀 무르지 않고, 퉁퉁 튀면서도, 리드미컬하다. 여기에 브라스 앙상블의 멋진 백업까지 더해지면, 상당히 기분 좋은 재생이 된다. 특히 심벌즈를 칠 때의 박력이랄까, 시원스러움은 과연 재즈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뭔지 새롭게 알게 한다.


마지막으로 마일즈 데이비스의 ‘It never Entered My Mind’’. 역시 잘 컨트롤 된 저역을 실감할 수 있는 드럼과 베이스의 조화가 눈에 띄고, 차분하면서 클래시컬하게 부는 뮤트 트럼펫의 매력도 진솔하게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느낌의 곡인데, 여기에 살짝 정취를 가미해서 뒷맛이 상당히 좋다. 과연 저역을 잡으면 오디오는 끝이라는 말이 뭔지 실감할 수 있는 재생이라 하겠다.



(주) 다빈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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