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월드

"프롤로그"

TI, ESS 등의 기성 오디오 DAC 전용 칩을 핵심으로 사용하는 완제품 DAC들을 제조하는 다른 제조사에 비해 코드(Chord Electronics)는 범용 FPGA 프로세서를 사용해서 근본부터 다른 DAC을 만들어 오고 있다. DAC64의 세계적인 성공을 바탕으로 24년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들의 설계를 발전시켜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런 코드가 최근에 선보인 플래그십 모델이 바로 Dave이다.

Dave는 "Digital To Analogue Veritas in Extremis"의 약어로,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최후의 진리의 DAC'라는 뜻이다. 약어로 보면 살짝 귀여워 보이는 이름이지만 뜻을 알고 보면 그 이름이 담고 있는 코드의 엄청난 자신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과연 Dave는 실제로 최후의 진리라고 일컬어질 자격이 있는 DAC일까.

"디자인"

코드의 디자인은 한결같다. DAC64에서 보여준 이공계적 감성을 20년 넘게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들은 디자인 사조의 변화에 따라 트렌디함과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비해 코드는 어느 모델을 봐도 코드 제품임을 단박에 인식할 수 있는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러한 한결같은 디자인이 코드의 긍정적인 개성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우직한 코드이지만 Dave에서는 파격적인 변화가 하나 생겼다. Dave는 코드 DAC로서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대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원래는 LED의 다양한 빛깔로 은유적으로 제품의 상태를 나타내는 방법을 즐겨 사용하던 코드로서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라고 해도 좋다. 물론 코드가 뮤직 플레이어 등의 제품들에서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왔고 DAC에서도 8-세그먼트 방식의 간단한 정보창을 부착한 예들은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DAC 모델에서 전면적으로 디스플레이를 부각시키는 설계는 Dave가 처음이다. DAC의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기능을 편리하게 조작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본체 상단 오른쪽에는 볼륨/뮤트 조절 조그 및 4방향으로 버튼이 제공된다. 기본적으로는 좌우가 입력 변경, 상하가 디스플레이 상의 기능 선택 역할을 한다. 기능 선택 후 값의 변경은 상하 버튼을 사용해 변경한 후 최종적으로 뮤트 버튼으로 빠져나오는 구조로 조작할 수 있다. 조작체계가 직관적이지 않고 조작 전에 한번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또 코드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좌우를 동시에 누르고 있으면 DAC 모드와 프리앰프 모드를 전환할 수 있으며 이 역시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태 확인이 가능하다. DAC 모드에서는 볼륨이 -3dB로 고정되며 또한 헤드폰을 꽂을 경우 자동으로 프리앰프 모드로 일시 변경된다. 코드 제품들이 원래 불친절함으로 유명한데, 디스플레이가 추가됨에 따라 그 특유의 불친절한 느낌이 상당히 줄어들었음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후면의 입출력 단자는 별다른 마킹은 되어 있지 않지만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크게 무리가 없다. 입력은 USB 입력 및 디지털 입력에 AES/BNC 4개/옵티컬 2개로, 매우 풍부한 입력단자들을 가지고 있다. 출력은 XLR 밸런스드 / RCA 싱글엔드 / 전면의 헤드폰 출력의 아날로그 3계통, 그리고 BNC 단자로 이루어진 DX 디지털 아웃이라는 단자가 4개 준비되어 있다. 이는 코드에서 준비 중인 디지털 파워앰프를 위한 전용 출력 단자로, 그 전용 앰프들이 올해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Dave는 코드의 전용 DX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위한 시작기인 셈이다.

본체 조작 이외에도 Dave는 리모컨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다만 이 리모컨은 Dave 전용이 아니라 다른 코드 제품들과 같이 쓸 수 있는 다기능성 리모컨이기에, Dave에서 리모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메뉴얼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USB 케이블과 광케이블도 기본 제공되는데, 최근에는 하이엔드급으로 갈수록 기본 케이블을 제공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친절하게 느껴진다.

"사운드"

Dave는 DAC 연산 성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166개의 DSP로 병렬 연산을 수행하는 Xilinx Spartan-6 FPGA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기존 모델 중 Hugo에서 사용한 것과도 동일한 이름의 프로세서인데, Dave는 LX75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프로세서를 사용하여 10배나 성능이 향상되었다. 프로세서 성능만큼 실질 연산 성능이 대폭 향상된 특징은 코드에서 자사의 DAC을 소개할 때 강조하는 WTA 디지털 필터의 탭 개수에서 알 수 있다. Dave의 WTA 필터 탭 개수는 164,000개로, Hugo의 26,386개에 비해 6배 이상 향상되었다. 디지털 필터에서 이 탭 길이가 길수록 고역 차단 주파수의 기울기가 날카로워지며 동시에 차단 주파수 이후의 노이즈 레벨이 낮아지게 된다.

아날로그 회로도 대폭적으로 보강되었다. Dave는 DAC 과정에서 코드가 사용하는 펄스 어레이 DAC을 채널 당 20개를 사용한다. 이 역시 Hugo의 채널 당 4개에 비하면 5배나 늘어난 것이다. 코드는 아날로그 회로에서 OP 앰프와 같은 범용 칩을 사용하지 않고 트랜지스터와 저항, 커패시터 등을 하나하나 배치해서 회로를 구성하는 디스크리트 방식을 사용한다. 이렇게 디스크리트 방식을 사용해서 설계의 완성도를 높이면 범용 칩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대출력과 저왜율을 양립시키는 우수한 음질이 가능하다.

코드는 이미 Hugo와 Mojo를 통해 DAC의 음질의 한계에 도전했던 바가 있다. 그런 기존 모델들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2배 정도 수준의 설계 업그레이드로는 무리가 있다는 것인지, Dave는 대부분의 면에서 기존 모델들에 비해 최소 5배 이상 설계가 보강되었다. 그러한 설계 보강을 바탕으로 Dave는 최대 6V에 이르는 DAC으로서는 매우 높은 대출력과 THD+N(전체고조파왜곡+노이즈) 127.5dB의 경이적인 스펙의 양립, 그리고, 헤드폰 출력단의 0.0055 Ω에 이르는 극도로 낮은 출력 임피던스를 달성하였다. 이마저도 초고성능 오디오 계측기의 성능조차 능가하여 Dave의 성능이 100% 발휘되지 못한 결과라는 의혹이 있을 정도이다. Dave는 그야말로 그 이름에 걸맞은 '포스'를 보여준다.

필자는 Dave 이전에 Mojo를 먼저 리뷰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Dave에 대한 첫인상은 그 Mojo를 거치형으로 확장시키면서 큰 폭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느낌이다. 거치형 오디오 DAC으로서 사운드로는 이견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사운드에서 극도의 고충실도가 느껴진다. 사운드에서 개성이 완전히 억제되어 있고 흠잡을 곳 역시 발견하기 힘들기에, 사실 글로 설명할 만한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다. 앞서 디자인에 대해 얘기할 때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은 것도 사실은 사운드가 너무 완벽하기에 디자인에서라도 어떻게든 흠을 잡아 보려 한 발버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Mojo의 리뷰에서도 했던 얘기지만, Dave 역시 하드웨어에 의한 그 어떠한 영향도 최소화하고 싶은 애호가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제격인 제품이다. 즉, 소스의 사운드를 있는 그대로 왜곡 없이 제공하는 하이파이 사운드의 정의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DAC 중 하나이다. 물론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함에 있어서 매칭의 재미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사운드 개성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것이 바로 하이파이 사운드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혹은 다른 관점으로는 더 이상의 기기 변경을 그만두기 위해 최상의 음질을 찾는다면 현시점에서는 Dave가 단연 리스트의 최상단에 위치할 자격이 있다.

그 대단한 스펙만큼이나 왜율과 노이즈 등 전반적인 음질 특성은 다방면으로 확실히 향상되었다. 특히 DAC 필터 연산 성능의 대폭적인 향상에 따라 고주파 영역에서 노이즈가 크게 감소된 점이 눈에 띈다. Dave가 768kHz PCM / DSD 512에 이르는 초 고해상도 음원을 지원하는 만큼, 고주파 영역의 노이즈 감소는 고해상도 음원의 고음 한계를 더욱 잘 살려주는 원동력이 된다. 그에 따른 해상력과 응답성은 기존의 DAC들에서는 느끼기 힘든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주파수응답 역시 초저음에서 초고음에 이르기까지 특별하게 왜곡 없는 우수한 중립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는 고주파 필터(HF Filter)의 사용 여부에 따라 고음 한계와 고주파 노이즈 특성이 달라지게 된다. 기기에서 설정할 수 있는 고주파 필터(HF Filter)를 켤 경우 5kHz 정도의 중고음부터 감쇄가 시작되는 매우 빠른 고역 컷오프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능이 주는 인상 자체가 필터를 꺼서 고음 재생 한계의 확장을 시키기보다는 필터를 사용해서 고주파 영역의 잡음 억제를 의도는 방향이다. 그런 면에서 주파수응답보다 음질 특성을 중시하는 설계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차분한 클래식 계열 음악을 주로 듣는 하이파이 애호가층을 다분히 의식한 기능이다. 사용자의 취향이나 현재 감상 중인 음악의 특성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있으므로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헤드폰 출력에서는 3단계로 조절되는 크로스피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코드 내에서도 Hugo 등 기존 모델에서 탑재된 예가 있는 기능이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청취할 때에는 좌우 신호가 완전히 단절되어 한쪽의 사운드가 한쪽 귀로만 전달되는데, 이는 한쪽 채널의 사운드가 양 귀로 시간차를 두고 전달되는 스피커 청취에 비해 이질적이다. 그러한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 크로스피드 기능은 사운드 신호를 좌우를 시간차를 두고 섞어서 출력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Dave에서는 헤드폰 출력 시 크로스피드 레벨을 설정해 둔 상태로 헤드폰 연결을 분리하면 크로스피드가 적용된 상태로 후면 라인 출력이 나가는 버그가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운드 면에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이런 기능적인 부분에서의 단점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크로스피드 문제 이외에도 곡을 넘길 때 시작 부분이 페이드 처리된다던가, 볼륨을 뮤트로 두고 전원을 꺼도 팝 노이즈가 과하다던가 하는 사용상의 소소한 단점들이 발견된다. 물론 Dave의 음질적인 성능에 비하면 그야말로 소소한 문제들에 불과지만, 제품의 '상품성'을 다소 저해하는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에필로그"

코드는 매번 플래그십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기존의 음질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고 있다. Dave에 이르러서는 범용 DAC 칩을 사용하는 다른 DAC들은 도저히 쫓아오기 힘든 바벨탑의 꼭대기에 도달했다. 앞으로 코드가 바벨탑의 높이를 더욱 높일 수 있을지 어떨지를 기다려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세줄요약"

1. 오디오 음질의 한계에 도전하는 코드의 새로운 플래그십 DAC

2. 계측기의 측정 범위를 능가하는 경이적인 음질과 극도의 객관성을 가진 진정한 하이파이 사운드

3. 컬러 디스플레이를 잘 녹여낸 코드스러운 디자인 및 향상된 편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