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월드

"혼돈의 스마트 시대"

21세기 음악 듣기는 매우 다양한 포맷과 인터페이스로 즐겨운 비명을 지르기에 충분하다. 포맷은 LP와 CD를 넘어 MP3는 물론 Flac 등 무손실 압축 포맷의 축복으로 이젠 24bit 스튜디오 마스터 음원을 포터블로 재생하며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사라진 줄 알았던 DSD가 고용량 파일 포맷 전송 기술의 진화를 발판삼아 다시 부활했다. LP를 즐기는 인구가 대폭 늘어나는 등 아날로그 포맷과 아날로그 마스터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고품질 포맷과 다양한 인터페이스에 대해 한쪽에선 쾌재를 한 쪽에선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다. 포맷은 물론 그 인터페이스 또한 기존 피지컬 포맷에 익숙한 장년층에겐 새롭고 동시에 낯선 것 투성이다.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넘어 룬랩스 등의 새로운 인터페이스 및 라이브러리 관리 프로그램의 등장, 게다가 타이달, 스포티파이 그리고 최근 벅스 스트리밍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전송 프로토콜 또한 UPNP, DLNA를 비롯 기존의 코엑셜, 옵티컬, USB 그리고 무선으로는 에어플레이, 블루투스가 계속해서 진화중이다.

하이파이 오디오 마니아의 경우 이런 디지털, 아날로그 포맷에 대응하는 소스 기기와 인터페이스 구축 등에 매일매일 고심이다. 새로운 포맷에 대응해야하며 그에 따라 소스 기기 업데이트를 해나가랴 음질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고민하랴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만 해도 네트워크 스트리머에 DAC에 영화 재생을 위한 미디어 플레이어 그리고 각 기기에 대한 전원장치로 리스닝 룸이 항상 전쟁터다.

"파이오니아 NC-50 DAB"

파이오니아 NC-50 DAB를 마주쳤을 때 이 모든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이냐 싶을 정도로 그 많은 포맷과 인터페이스 한 몸에 압축해놓은 모습에 망연자실하게 된다. 물론 그 타겟은 가장 심플한 구성으로 가장 편리한 인터페이스에 고음질을 일상에서 즐기고 싶은 하이파이 입문자들을 향해있다.

NC-50 DAB의 전조는 이미 파이오니아 라인업에서 꾸준히 있어왔다. XC-HM82 같은 올인원이 존재했으며 또한 네트워크 스트리머로서 N-50AN-70A같은 모델은 적절한 가격대에 많은 기능을 함축하면서도 뛰어난 DA컨버터 성능으로 이미 많은 유저들을 거느리고 있다. NC-50 DAB는 과거 XC-HM82 와 같은 올인원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 모델로 일단 풀 사이즈 섀시에서부터 더욱 강화된 성능으로 무장해 등장했다.

"만능 올인원 솔루션"

NC-50 DAB는 그동안 파이오니아가 여러 분야에 걸친 라인업 개발을 통해 얻은 독자적인 기술과 노하우 등을 총집약한 모델이다. 홈시어터 리시버는 물론 DJ시장, 카오디오에까지 무척 방대한 분야에 걸친 파이오니아의 전자기기 개발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다.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포맷 및 인터페이스 환경에 가장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메이커다. 이런 올인원 개발은 어쩌며 파이오니아 같은 매스 프로덕션 메이커에겐 숙명과 같다.

NC-50 DAB 는 기본적으로 앰프면서 시디피이고 또한 네트워크 스트리머다. 그리고 온라인 고음질 음원 서비스 및 USB 메모리 재생, 무선 블루투스, 에어플레이에 대응한다. 더불어 아날로그 FM은 물론 턴테이블을 위한 포노단까지 탑재하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포맷에 대응한다. 게다가 파이오니아에서 새롭게 개발한 iOS 및 안드로이드 대응 리모트 앱은 이 모두를 스마트하게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우선 풀 사이즈 섀시에 좌측으로는 프론트 로딩 방식 CD슬롯이 마련되어 있고 우측으로는 3.5인치 컬러 LCD 디스플레이가 마련되어 있어 음원 재생시 커버 이미지 및 포맷 타입 등을 친절하게 보여준다. 우측으로는 볼륨 노브가 큼지막하게 위치하며 이 외에 전면 하단에 USB 메모리 입력단 및 헤드폰 출력단이 존재한다.

후면으로는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위한 이더넷 입력단 및 동축, 광 입력이 마련되어 있고 USB 스토리지를 연결할 수 있는 USB 포트가 보인다. RCA 타입 라인 입력이 한 조 그리고 그 우측으로는 MM포노 입력 전용단자가 한 조 마련되어 있어 턴테이블과 연결이 가능하다. 이 외에 FM안테나 단자 및 무선 Wi-Fi 듀얼 안테나가 장착되어 있다. 스피커 출력단은 좌/우 한 조의 스피커를 지원하며 저렴한 리시버용 바인딩포스트가 아니라 금도금된 튼튼한 출력단자를 사용하고 있다.

앰프 부분은 파이오니아의 독자적인 증폭 관련 테크놀로지 ‘Direct Energy HD’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D클래스 증폭한다. 그러나 전원부의 경우 EI 트랜스포머를 장착한 리니어 전원부를 고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굉장히 다양한 디지털 포맷에 대응하지만 이 모든 신호는 어차피 내장 디지털 변환부를 통해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된다. 이 부분이 음질적인 핵심 중 하나인데 NC-50 DAB 의 경우 ESS 테크놀로지의 ES9016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엔 수백 만원대 단독 DAC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덕분에 최대 24bit/192kHz PCM 은 물론 11.2MHz DSD 포맷도 재생 가능하다.

"인터페이스 & 퍼포먼스"

1. 레드북 CD 재생

Jung Soo Kyung.jpg정수경 하프시코드 -  Goldberg Variations

Goldberg Variations

스피커는 케프 LS50을 활용했다. 우선 CD 트레이 작동은 부드럽고 빠른 편이며 CD를 넣은 후 로딩은 매우 빼르고 안정적인 편이다. 볼륨의 경우 보통 20~25정도에서 충분한 음량을 들려주었다. 최근 오디오가이에서 발매한 정수경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에서 챔발로의 고역은 무척 깨끗하며 청명하게 찰랑인다. 배음이 충분히 표현되어 크게 전조하지 않으며 음결이 얇게 흩날리지도 않고 빠르고 깨끗하게 뻗는다. 기음은 명쾌하고 배음의 입자도 고운 편으로 어떤 소스 입력보다도 CD 재생음이 가장 뛰어나다. 리모콘으로 트레이 개폐가 지원되지 않는 것은 유저에 따라 조금 불편할 수 있겠다.

2. 네트워크/USB 메모리

David Chesky - Check Point Charlie

Jazz int the New Harmonic

NC-50 DAB 의 경우 무선 Wi-Fi를 제외하고는 24bit/192kHz 및 DSD 재생이 가능하며 그 포맷의 경우 MP3, WMA, WAV, AIFF, AAC, FLAC 등 다양하다. 테스트는 LAN 케이블을 연결한 후 진행했는데 모든 포맷에 거의 완벽하게 대응했으며 재생 속도나 품질 또한 과거에 비해 많은 상승이 있다. 예를 들어 댈러스 윈드 심포니의 ‘Crown imperial’ 피날레 부분에서 충분한 타격감과 펀치력이 돋보이며 LS50을 부밍 없이 제동해준다.

USB 메모리 재생은 플러그 & 플레이 수준으로 무척 빠르게 저장된 파일을 읽어 들이며 네트워크 스트리밍과 거의 유사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데이빗 체스키의 Jazz In The New Harmonic 중 ‘Check Point Charlie’를 들어보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차분하면서도 혼 악기들의 복잡한 하모닉스가 풍부하게 표현된다.

3. 블루투스/에어플레이

Corea, Clarke, White - Waltz for Debby

Forever

NC-50 DAB는 CD에서 유/무선 네트워크 스트리밍까지 매우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그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역시 CD지만 블루투스 음질의 상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NC-50 DAB에 적용된 블루투스는 최신 4.1버전으로 예상을 상회하는 음질을 들려준다. 예를 들어 칙 코리아, 스탠리 클락 그리고 레니 화이트가 함께한 ‘Waltz for debby’에서 칙 코리아의 피아노는 중역에서 고역까지 해상도가 뛰어나며 블루투스치고는 정보량과 밀도감이 높아 놀랐다. 물론 에어플레이 음질 또한 뛰어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원을 주로 듣는 사용자에게는 장점이 크다.

4. 튜너/인터넷 라디오

Linn Classical Radio

Linn Classical

개인적으로 튜너를 자주 듣지 않지만 NC-50 DAB에서 아날로그 FM 수신감도는 내가 사는 지역(마포)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 테스트해볼 필요가 있겠으나 가능하면 저가 번들 안테나보다는 좀 더 높은 수신율을 담보하는 안테나가 필요할 듯하다. DAB+를 지원하지만 국내에서는 해당사항이 없고 인터넷 라디오 ‘tunein’의 경우엔 영국 ‘Linn Classical’방송이 들을만한 레퍼토리를 제공했다. 16bit/44.1kHz, 320kbps 스펙의 MP3 방송이지만 여러 방송 중 그나마 가장 원활한 수신 컨디션과 함께 훌륭한 음악들을 끝없이 재생해주었다.

5. 포노단

duke jordan.jpg

Duke Jordan - No Problem

Flight to Denmark

NC-50 DAB 의 내장 포노단은 MM 카트리지에만 대응한다. 대게 일반적인 대중들의 경우 MM을 사용하므로 별도의 포노앰프 구입 없이 LP를 즐기는 데 있어 장점이 많다. 레가 RP-8 턴테이블에 Exact 2 카트리지 구성으로 포노단을 테스트해본 결과 볼륨은 CD에 비해 낮은 편으로 35 레벨에서 충분한 음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듀크 조던의 ‘No problem’을 들어보면 고역은 롤오프되며 대체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감을 선사한다. 하이햇 심벌의 소리도 제법 선명하며 특히 중역이 도톰한 편이어서 더블 베이스와 피아노의 중역 표현력이 농도 짙게 들린다. 조촐하게 아날로그 LP를 즐기고 싶다면 NC-50 DAB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총평"

NC-50 DAB 은 현재 음원 파일과 함께 CD, LP 등의 피지컬 포맷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포맷에 대응한다. 게다가 스포티파이, 타이달 등 온라인 음원 서비스까지도 모두 대응하는, 올인원의 만능 엔터테이너다. 게다가 디지털 증폭의 말끔하고 선명한 해상도와 군더더기 없이 빠르고 명쾌한 인터페이스 등 매우 스마트한 기능들로 넘쳐난다. 85dB의 케프 LS50와 매칭에서도 크게 주눅 들지 않은 다이내믹스 표현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 엔트리급 북셀프와 함께 서재 또는 개인 사무실에서 사무실에서도 안성맞춤이다. 최근 D클래스 증폭 및 디지털 기술의 커다란 발전으로 여러 형태의 올인원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기능을 한 몸체에 넣고도 NC-50 DAB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제품이 또 있을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