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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Notice

[리뷰] PMC twenty5.26 - 25주년에 남 방점 (풀레인지, 2017년 8월)

[풀레인지] PMC 2022-04-12 조회수 208







최근 영국 하이파이 스피커 메이커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B&W 는 새로운 진동판 소재와 알루미늄의 구조물의 활용 등으로 급진적인 진화를 이루었다. 린은 사운드 옵티마이징 등 신기술을 통해 점점 하이엔드 오디오의 독보적 영역을 개척하고 미래로 멀리 날아가고 있다. 반대편에선 정통 하이파이 스피커들의 지속적인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베스, 스펜더, 프로악 등 전통의 강호들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 잔잔하지만 내부적으로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엔 생각도 못했던 리본 트위터의 활용, 하베스의 BC3 리이슈로 태어난 SP200, 하베스의 계속된 BBC 리바이벌 등이 그것이다.


PMC는 브리티시 사운드라는 협의의 카테고리를 벗어던지고 더 급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표 피터 토마스는 BBC 로부터 시작한 PMC 모니터 라인업을 굳건히 지켜나가면서 새롭게 개발된 기술을 선도적으로 홈 라우드 스피커에 이식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Twenty5 시리즈는 Twenty 에 이어 새로운 고해상도 시대에 대응하려는 시도이자 선언이다. 25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듯 Twenty 에 이어 이제 25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PMC 가 걸어온 길은 매우 평탄하고 순조로와 보인다. 브리티시 스피커 메이커의 전체적인 역사 안에서 맥락은 그렇다. 그러나 단지 영국이 아니라 미국, 일본을 포함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데에는 그만큼 피나는 노력과 지속적인 R&D를 통한 독자적 기술 확보가 있었다. 그 중심을 이루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ATL 인클로저, 즉 트랜스미션 라인이라는 특허기술이다. 목표는 분명하다. 작은 사이즈의 인클로저에서 대형기에 버금가는 저역 확장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최근 밀폐형이 다시 하이엔드 오디오 씬에서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ATL 은 온전히 PMC 만의 것이고 그만큼 낮은 가격에 하이엔드 오디오의 그것을 달성하고 있는 흔치 않은 스피커가 또한 PMC다.



Twenty5 26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R&D는 이미 오래 전에 촉발되었다. 어떻게 하면 포트와 캐비닛 가이즈를 증강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 공기압의 변화와 혼탁한 반사음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포트 면적을 줄이지 않으면서 수력학적 직경(hydraulic diameter)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왔다. 결국 이것은 단 하나의 원인을 제거하면서 한 번에 엉켜있던 고리가 풀리게 된다. 포트(벤트)의 디자인을 변경시키는 것으로부터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바로 QB1A 라는 전대미문의 PMC 액티브 스피커였다. 1억원을 호가하는 QB1A에서 PMC 는 공기역학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했고 결과를 커다란 성공이었다. LA 캐피톨 스튜디오의 레퍼런스 모니터 스피커로 활용될 정도로 스튜디오 업계의 인정을 받았다.


새로운 공기역학의 아이디어는 레이싱 카 Formula 1에서 촉발되었다. 제트엔진의 힘을 빌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와 반대로 Formula 1은 바닥으로 힘을 받게 만들어진다. 이 때 바닥엔 비행기의 양력이 아니라 반대방향의 G포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대 수 천 KG 의 G포스를 통해 시속 수백킬로 속도에도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비행기와 반대의 날개 구조를 만들었고 빠른 공기 흐름과 공기 저항의 최소화는 궁극의 목적을 완성해낸다.





▲ Formula 1에 적용되는 공기역학








▲ PMC Twenty5 시리즈에 적용되는 Laminair™ 기술


PMC Twenty5의 레퍼런스 모델 26은 바로 Formula 1에 적용되는 공기역학에 아이디어를 얻어 포트 디자인을 변경했다. 총 두 개의 포트 밖에 주름진 Laminair™가 장착되어 있다. Laminair™의 적용은 기존에 ATL 설계에서도 막판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PMC의 ATL 로딩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Twenty5 26만 해도 104cm 높이의 인클로저 안에 무려 3.3m 길이의 트랜스미션라인을 설계해놓았고 이는 자칫 저역 반응 하락에 기여하기도 했다. 더불어 포트의 마지노선에서 토해내는 불규칙한 주파수 방사는 상위 대역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매우 작은 부분일지 모르지만 PMC 는 단 한 톨의 노이즈도 허락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Laminair™의 적용은 후면 주파수 방사 패턴을 정형화시켰으며 유닛의 급격한 운동에 따른 내부 배압의 변동에도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는 내부의 혼탁한 공기 흐름과 불규칙적 주파수 방사를 줄이면서도 동시에 트랜스미션라인의 능률을 드라마틱하게 향상시켰다.





Twenty5 26에서 달라진 것은 인클로저뿐만 아니다. 이번 모델에서는 g-weave 라는 새로운 유닛이 탑재된다. 우선 6.5인치 우퍼 유닛을 보자. 역돔 형태의 유리섬유 소재 더스트캡은 진동판의 움직임에 매우 부드럽게 반응한다. 더불어 보이스 코일의 넓고 선형적인 진폭 운동과 알루미늄 쇼트링 등 디스토션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설계가 돋보인다. 더불어 후면에 마련된 스파이더는 FEA(Finite Element Analysis)를 통해 깊은 진폭에서도 디스토션 없이 선형적인 유닛 운동을 돕고 있다.


우퍼 유닛 바로 상단에 위치한 미드레인지는 50mm 구경으로 Twenty5 라인업 중 오직 26에만 탑재된다. 이는 PMC75의 트리클다운 모델로서 댐핑과 소재 등에 대한 다층적 연구결과를 반영했다. 다음으로 트위터는 미드레인지와 함께 가장 눈여겨볼만한 요소로서 기존 Twenty 시리즈의 기반으로 개발된 트위터지만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최적의 방사패턴을 구사할 수 있는 벌집모양 그릴을 장착하고 있다. 노르웨이 SEAS 와 개발한 SONOLEX 패브릭 돔 트위터로서 기존 모델의 그것과는 꽤 다른 양상의 사운드를 보인다.



크로스오버는 400Hz 와 4kHz 등 두 개 구간에서 끊었고 당연히 본격 3웨이 3스피커 구성이다. 유리섬유 소재의 크로스오버 보드엔 순동 트레이싱 및 고순도 소자들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으로 스피커 후면에 장착된다. 후면 바인딩포스트와 직결되어 최소 전송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순동에 로듐 도금 바인딩 포스트를 사용해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단, 기존과 달리 싱글 와이어링만을 지원하고 있다.


27Hz에서 25kHz 까지 재생하는 Twenty5 26은 그 자체로 광대역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실제 크기를 보면 비슷한 대역을 소화하는 전통적인 디자인의 스피커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그만큼 트랜스미션라인을 통한 대역확장의 결과다. 하지만 8옴 스피커로 능률이 86dB정도에 그친다. Twenty26에 비해 약 2.5KG 무게가 증가했으나 시스템 전체 능률은 동일하다.



리스닝 세션



리스닝 세션에서도 이런 변화는 고스란히 전해온다. 동일한 능률을 보이지만 실제 청감상 능률은 좀 더 높아진 인상이다. 더 수월해진 저역 핸들링 등의 특성이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특히 저역 쪽의 동적인 특성에서 과거에 비해 한층 유기적이며 자연스러운 동작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지암파올로 반디니와 끼아끼아레따가 함께한 피아졸라의 ‘Escualo’를 들어보면 토널 밸런스는 중립적이며 어느 틈새도 쉽게 끼어 들 틈이 없을 만큼 반듯하다. 시간 축에서 각 대역이 정교하게 정렬되어 있어 각 악기의 위치가 명확히 포착되며 마치 스튜디오 레코딩을 직접 바라보는 듯 선명한 시야를 확보해준다. 특히 반도네온의 빠른 어택은 번개처럼 빠르면서도 무대를 자유롭게 그리고 유연하게 활보한다.



보컬 특색 등에서 보며주는 전체적인 밸런스는 평탄한 편이다. 특히 중역과 고역에서 보여주는 토널 밸런스는 확실히 기존 PMC에 비해 차분하고 부드러워진 인상이다. 특히 고역은 높고 개방감 넘치게 뻗어나가면서도 건조하지 않고 좀 더 포근해진 인상이다. 고역 유닛에 장착된 그릴의 역할은 예상보다 커 넓은 면적에 걸쳐 더욱 세밀한 소리 입자를 뿌린다. 다이애나 크롤의 피아노는 작은 약음부터 더 작은 약음의 터치까지 셈, 여림 표현이 다층적으로 구분되어 들려 무척 싱싱하다. 그 위를 가로지르는 보컬의 경우에도 중, 고역 토널 밸런스의 상승을 확연히 방증할 만큼 자연스럽고 윤기 있다.





PMC 스피커에서 중, 고역 대역에 거짓말처럼 특유의 촉감이 생겼다. 그러나 착색이 아닌 매우 섬세한 음결이 포착된다. 이는 PMC 의 기존 사운드에서는 거의 발견하기 어려운 텍스처다. 아믈랭의 메트너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그의 정교한 피아노 타건은 말끔하며 특히 깨끗한 배경 위에서 명료하게 떠오른다. 피아노 사운드의 외곽이 차갑고 지나치게 밝게 터져버리지 않으며 세밀한 그라데이션을 통해 명료한 기음과 자연스러운 배음을 만들어낸다. 때로 관악기에서는 전에 없던 부드러운 광채가 스멀스멀 느껴진다.






리히터의 ‘Tranformation’에서 바이올린은 전면에 그리고 첼로는 스피커 후면에 꽤 긴 거리를 두고 확연한 레이어링을 형성하다. 장중한 현악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전/후 원근감은 마치 영화 음악 같은 그의 음악을 더욱 더 시각적으로 컨버전시킨다. 영상미를 관찰하듯 입체적인 무대는 빠른 어택과 악기의 변화 속에서도 능수능란하게 표정을 바꾸어나간다. 저역의 경우 여러 테스트 음원에서 빠르고 깊은 편인데 과거에 비해 좀 더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이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 평



▲ Twenty5 시리즈, 좌측부터 Twenty5.23, 24, 22, 26, 21


PMC 는 여러 영국 스피커 메이커들과 함께 BBC 모니터 제작으로부터 초석을 다진 브랜드다.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국보급 스튜디오에 그들의 스튜디오 모니터를 납품하고 있으며 음악은 물론 영화음악, 방송국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에 걸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대중들의 요구와 시대의 흐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음악의 재해석과 고해상도 음원에 대한 다채로운 경험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Twenty5 26은 PMC 의 그러한 경험 위에서 새롭게 정리한 PMC 사운드 선언이다. 특히 기존 PMC에서 쉽게 느낄 수 없었던, 또는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음색, 음결의 무미건조함이 개선되었다. 빠른 속도에 안정적인 주행과 코너링 능력까지 더해져 납작 엎드린 Formula 1의 진화가 PMC에 전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