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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Notice

[리뷰] PMC MB2se - 진화하는 PMC, 전이하는 MB2 (하이파이클럽, 2017년 8월)

[하이파이클럽] PMC 2022-04-12 조회수 239




“1986년, BB5”


1986년 한여름, 피터 토마스와 애이드리언 로더가 의기투합한 PMC 에서는 한참 스피커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뻘뻘 흘리는 땀은 전혀 괴롭지 않다. BBC에서 의뢰받아 만들고 있는 BB1이라는 ‘Big Box’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고 이를 이제 막 BBC에 전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BBC에서 일했던 피터 토마스는 의욕에 넘쳐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BB1에 대한 BBC 의 검토 결과를 보냈다. 수정 권고사항이 적힌 문서였고 그에 따라 정교한 수정 작업을 거쳤다. 피터 토마스와 애이드리언 로더는 총 다섯 번에 걸쳐 지난하게 반복한 후에야 BBC 스튜디오에 PMC를 입성시키는 쾌거를 이루었다.






2012년 어느 해 여름, 스피커, 정확히는 서브우퍼 하나가 레일을 타고 상공 90피트 위로 향해 올라갔다. 무슨 영문인지 모를 이 광경은 브라이스턴의 부사장 제임스 테너가 시행한 측정 실험으로 서브우퍼의 성능 향상, 정확히는 저역 주파수 측정을 위한 테스트였다. 무향실 이상의 조건에서 더 정확한 저역 측정을 위해 그들은 아침, 저녁으로 90피트 타워 위에 서브우퍼를 올려놓고 4파이 360도 각도에서 다양한 측정치를 얻어냈다. 무척 긴 노트의 저역 신호에 대한 저역 주파수 반응은 완벽에 가깝게 조율되었고 드디어 그들은 최초 서브우퍼 출시에 성공했다.







30년 가까운 시간차를 두고 PMC 와 브라이스턴이 벌인 한 여름 제품 설계 과정은 영국과 미국이라는 공간을 꿰뚫고 교차, 대비되고 있다. 다른 듯하면서도 쌍둥이처럼 스피커와 앰프 분야에서 쌍벽을 이루는 브랜드로 성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17년, MB2SE“

2017년 여름 어느 날 GLV에서 PMC와 브라이스턴이 조우했다. 처음 마주친 MB2SE지만 PMC 의 현재 진행형 레퍼런스 사운드를 가감 없이 반영하고 있었다. 이미 몇 달 전 BB5를 통해 그 PMC 의 이상향을 미리 접해본 터였기 때문에 사실 차상위 플래그십 MB2SE에 대해 커다란 호기심 따위는 생기지 않았다. 물론 이는 여러 조건 변수들에 대해 간과했던 나의 불찰이었다. GLV 4층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를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나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PMC 스피커에서 기존에 놓치고 지나갔던 미시적인 부분들까지 모두 다시 체험할 수 있었다.







현재 PMC 스피커는 NPL(National Physical Laboratory, 국립 물리학 연구소)에서 정밀 측정을 통한 테스트와 교정으로 제작된다. NPL 이 제공한 음향 광학 기술(Acousto-optic Mapping)은 과거엔 절대 실용화시키기 어려웠던 주파수 측정과 저역 확장 그리고 이를 위한 설계에 대해 많은 진보를 가져왔다. BBC 모니터로 출발했지만 PMC 가 할리우드 영화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활용되는 이유다. 오디오파일은 PMC를 단지 ATL을 적용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정용 스피커로 인지하고 있으나 그들의 활동 범위는 매우 넓다. 이미 애트모스, 오로 3D, DTS X 등에 이르는 3D 서라운드 멀티채널 믹싱 작업에서도 PMC는 레퍼런스로 활용되고 있다.






SE 시리즈로 출시 중인 제품은 PMC 라인업 중 패시브 스피커, 그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레퍼런스 라인업이다. 플래그십으로 BB5SE가 버티고 있고 그 아래로 이번 리뷰의 주인공 MB2SE, 마지막으로 IB2SE로 꾸려진 모니터 레퍼런스가 뒤를 잇는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사랑하는 모니터 레퍼런스, 현대 음향 스튜디오의 기준을 잡고 있는 최고 수준의 스튜디오에서 가장 사랑하는 PMC, 더불어 방송 및 영화 포스트 프로덕션에 사용하는 PMC 들이다. 프로 분야에서 액티브 스피커가 사용되고 있으며 그 끝단엔 QB-A 같은 1억 원대 스피커도 존재한다. SE는 스튜디오 모니터 씬의 레퍼런스 스피커와 Fact, Twenty5 등의 가정용 라우드 스피커의 중간에 존재한다. 홀연히 가정용 스피커라는 옷을 입고 나타나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 기술의 총체를 담아냈다.







MB2SE의 면면은 수십 년간 PMC가 쌓아온 레퍼런스 모니터 제작 기술과 노하우를 일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은 다름 아닌 ATL이다. 밀폐형이나 아이소배릭, 아니면 가장 보편적인 위상반전형 타입이 아니라 트랜스미션라인 인클로저 타입 스피커다. 하지만 여타 하위 라인업과 달리 내부에 스피커의 키보다 훨씬 더 긴 미로같은 로딩 구조를 갖는다. 로딩 길이를 길게 늘어트리며 굴곡을 주어 같은 사이즈의 캐비닛 용적 하에서 여타 로딩 방식에 비해 훨씬 더 깊고 우렁찬 저역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MB2SE 또한 PMC 가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캐비닛 설계의 문법을 교과서적으로 따른다. 87cm 의 기에 38cm 넓이, 53cm정도의 깊이를 갖는 캐비닛 안에 구성한 트랜스미션라인 길이는 무려 3미터에 이른다. 하지만 하위 모델과 달리 스탠드마운트 방식에 포트를 상단에 배치하고 있다.







유닛은 모두 PMC 가 오랜 세월 진화시켜온 유닛 중 최고 사양의 유닛을 모두 투입했다. 고역의 경우 소노렉스 소프트 돔이며 그 아래로는 미드레인지가 위치한다. 미드레인지는 PMC75SE 로 소프트 돔 타입이며 레퍼런스 라인업에만 사용되는 전매특허와 같은 75mm유닛이다. 고역과의 위상정합을 위해 트위터와 프레임이 겹치는 형태로 장착한 모습이다. 그 아래로는 저역은 담당하는 베이스 우퍼가 장착되어 있는데 무려 12인치 사이즈를 자랑한다. 이 또한 레퍼런스 라인업에서만 사용되는 유닛으로 마치 그 모양 덕분에 일명 스파이더 우퍼로 불린다. 전문 용어로는 래디얼(Radial) 드라이버로 커다란 12인치 유닛의 전후 진폭 운동시 최대한 동축 선상에서 정확한 타이밍 하에 작동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 우퍼 덕분에 PMC 플래그십 라인업은 다소 그로테스크한 포름을 띄는데 실제 보고 만져보면 매우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작동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MB2SE는 전통적인 3웨이 3스피커 타입으로 380Hz 및 3.8kHz에서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끊고 있다. 전체 주파수 응답 구간은 저역의 경우 20Hz 초저역, 고역은 25kHz 초고역까지 타이트하게 재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이며 능률이 90dB 로 저역 핸들링 자체가 어려운 타입은 아니다. 다만 여러 앰프를 매칭해보면 출력보다는 선형적인 출력 증강과 넉넉한 전원부를 기반으로 설계된 전류 전송 능력을 요구한다. 무게는 개당 58kg, 별도의 제짝 스탠드가 제공되고 있다.




“중립적인 밸런스에 파고든 강력한 어택”


Mariah Carie - Dreamlover
#1's


PMC 과 브라이스턴은 각각 MB2SE 그리고 7B3 모노블럭 파워앰프로 만났다. 8옴 기준 600와트 출력과 기민한 트랜지언트 능력을 이끌어냈으며 탁월한 혼변조왜곡율 및 광활한 밴드위스를 제공했다. 머라이어 캐리의 ‘Dreamlover’를 들어보면 MB2SE의 높은 능률 덕분에 7B3의 게인은 29dB보다 오히려 23dB에서 더 섬세한 다이내믹스 특성을 보여주었고 더 차분한 배경을 묘사했다. 더불어 브라이스턴 BP26 프리앰프도 직결 이상의 전/후 원근감을 조성해주었다. 앞 단의 소스기기는 오렌더 N10을 트랜스포트로 그리고 MSB 아날로그 DAC 콤비에게 맡긴 결과 정보량과 분해력 덕분에 PMC의 민낯을 드러냈다.




Anne Bisson - Little Black Lake

Blue Mind


브리티시 스튜디오 모니터 출신답게 탄탄한 중역을 중심으로 상/하 대역의 균형감 그리고 적절한 살집이 붙어 묵직한 소리다. 앤 비송의 ‘Little black lake’를 들어보면 고역에서 중역, 저역에 이르는 구간 모두에 도톰한 살집과 묵직한 힘이 실려 있다. 마치 반듯하게 갖춰 입은 정장 차림의 품위가 느껴진다. 때문에 앤 비송의 목소리는 더 정중하고 우아하게 들리며 보컬 음상은 입체적인 구(球) 형태로 커다랗게 잡힌다. 특히 압도적인 정보량의 MSB와 중립적이면서 강력한 펀치력을 갖춘 브라이스턴이 합작해 만들어내는 광대역은 ‘부드러운 힘’이 무엇인지 일깨운다.




Fabrizio Meloni - Mozart Clarinet Concerto K622

Ezio Jatti


이번 조합은 단지 PMC MB2SE만의 소리는 아니다. 명백히 MSB와 브라이스턴의 특성이 곳속에 관여해 PMC의 가려진 부분을 긁어내고 끄집어내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에서 클라리넷의 배음 구조는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다. 거칠거나 탁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메마르게 갈라지지도 않는다. 중역은 특히 돋보이는데 도톰한 두께에 더해 중후한 음색이며 탄력적인 저역의 든든한 기반 위에서 세밀한 부분까지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대게 중역대가 충실한 경우 고역 해상도가 떨어져 둔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으나 각 악기들은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고역까지 뻗어 올라간다.




Olga Pashchenko - Beethoven Piano Sonata 'Appassionata'

Forte-Piano


올가 페첸코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매우 여러 번 테스트하면서 음정과 배음 특성을 살폈다. 피아노의 타건이 울릴 때만다 공간을 빠르게 장악했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피아노 표면은 매끈하게 뻗어 올라가면서도 응집력이 있어 절대 가볍지 않다. ATC 와 B&W의 중간정도라고 표현하기엔 오히려 육중한 편이다. 고역의 한계는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음정, 밸런스 모두 모니터 출신다운 중립성이 돋보인다. YG 어쿠스틱스나 매지코 등 하이엔드 스피커의 한없이 뻗는 초고역의 앰비언스는 아니다. 하지만 가청대역 내에서 충실한 재생음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Patricia Barber - My Girl

A Distortion of Love


파트리샤 바버의 ‘My girl’에서 마크 존슨의 더블 베이스는 고밀도에 충분한 양감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표면 텍스처 표현이 돋보이는데 무척 탄력적이며 흥겨운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브라이스턴과 만난 MB2SE 중역과 저역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역동적이다. 뛰어난 매크로 다이내믹스에 기민하면서도 저역대 옥타브가 선명하게 구분된다. 무척 추진력이 실려 있고 리듬, 페이스 & 타이밍이 뛰어나 생동감 넘치는 저역을 들려준다. 때로 핑거 스냅에서는 손가락이 눈앞에 있는 듯 똑 부러지는 실체감을 느낄 수 있다.



“총평”

브라이스턴 및 MSB 등과 만난 PMC MB2SE 의 악기의 음색은 물론이며 전/후 무대 레이어링 등이 선명하게 구분된다. 전반적으로 음악을 이루는 각 악기들의 음정, 스테이징, 밸런스의 구획이 교과서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윤곽이 뚜렷하다. 플래그십 BB5SE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다부진 체격의 미들급으로 이 체구에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막강한 펀치력을 지녔다. ATL 로딩의 최대강점이 무엇인지 가장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 대편성 음악들에서 실감나게 전해온다.




 

특히 낮은 저역 구간에서 바닥을 움켜쥐고 감상자를 향해 그르렁대는 쾌감은 이 사이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대치다. ATC 중형기의 육중한 아티큘레이션에 토템 류의 음장감이 적절히 융합된 소리라면 어느 정도 이해의 폭을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PMC는 정돈된 차분함, 중립적인 토널 밸런스, 장르를 뛰어넘는 관용성 등 스튜디오 모니터의 특성을 갖추고 홈 오디오 세계로 잠입했다. 그리고 시대를 횡단하며 세월을 흡수한 PMC 사운드는 MB2SE에서 시대를 돌고 돌아 근래 하이엔드 스피커의 트렌드와 조우하고 있다. 하이엔드 모니터 스피커로 전이한 MB2SE는 진화하는 PMC를 가장 강력하게 방증하고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