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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Notice

[리뷰] rega 안내서 9편 - 포노앰프에 대한 두 가지 대답, Fono MM & MC (하이파이클럽, 2017년 11월)

[하이파이클럽] rega 2022-04-12 조회수 368


단시간에 음원에 메인스트림 포맷을 내준 CD와 달리 LP는 몇 배 오랜 시간 음악 산업을 지탱해왔다. 그만큼 오랜 세월동안 생산된 LP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여러 단계에 걸쳐 변화했다. 축적된 기술은 현대에 와서 최고 수준에 이르렀을 것 같지만 그 반대에 가깝다. 아날로그 포맷이 전성기였을 때 LP 제작기술 또한 최고조에 이르렀다. 최근 발매되는 일부 가요 LP들의 품질에 한숨이 나오는 것은 또 다른 얘기지만 사실 모든 것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 있었다. 이후 우리가 무심하던 사이 공장이 폐쇄되고 빼어난 엔지니어들이 후배 엔지니어 없이 은퇴가 불러온 현실은 안타깝지만 최근 부활의 움직임은 반갑다. 





하지만 하드웨어는 다르다. 턴테이블을 비롯해 톤암, 카트리지는 메인 스트림에서 밀려난 LP를 위해 철저히 봉사했다. 특히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서 여러 메이커들은 커다란 진보를 이루어냈다. 컨티넘랩스, 트랜스로터, 테크다스, 클리어오디오 등은 턴테이블에서 SME, 그라함, 트라이플래너, REED 등은 톤암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더불어 벤츠마이크로, 다이나벡터, 오토폰, 사운드스미스, 라이라 등은 LP와 바로 접촉하며 현격히 높은 광대역과 다이내믹레인지, 해상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MC 카트리지의 발전은 눈부셨다. 신보 발매는 뜸했고 대게 과거 발매된 오리지널 LP를 즐기는 하이엔드 오디오 유저들은 MC 카트리지를 선호했다. 더불어 1950년대, 아직 RIAA 커브 규정이 보편화되기 이전 LP를 듣는 사람들은 모노 카트리지의 매력에 빠졌다. 더불어 훨씬 더 쉽게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으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MM의 장점 또한 무척 뚜렷하다. LP를 메인 소스로 사용하는 아날로그 마니아들은 턴테이블을 두 개, 세 개 또는 더블 톤암 시스템으로 세팅하고 카트리지를 다양하게 구비한다. 하지만 입문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글 같은 아날로그 세계에서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할지 오리무중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 중 카트리지에 맞는 적당한 가격대 포노앰프 선택은 항상 고민을 불러온다.


"레가 Fono MM & MC”


이미 기존에 나는 레가 Aria 포노앰프에 대해 리뷰한 적이 있다. 올 한해 레가 릴레이 리뷰를 진행하면서 항상 내 리스닝 룸은 레가 턴테이블이 있었고 카트리지 대여섯 종이 거쳐 가고 있다. 그리고 포노앰프는 서덜랜드 PhD 와 웨이버사 W포노 외에 레가 Aria를 운용했다. 각 카트리지에 맞는 소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대게 MC 는 서덜랜드로, 레가와 웨이버사는 MM 카트리지를 사용할 때 적용했다. 특히 MM카트리지를 다시 사용하게 된 것은 올 한 해 아날로그 시스템 운용에 있어 가장 큰 변화다. 몇 해 동안 거의 MC 카트리지 위주로 사용하다가 간만에 만난 MM 카트리지는 두터운 두께감과 중역의 농도 짙은 질감 그리고 탁월한 리듬감 등으로 재즈와 팝음악 감상의 재미에 불을 지폈다.





레가 Fono MM 은 바로 MM 카트리지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독립형 포노앰프다. 이번에 리뷰한 제품은 최초 Fono 가 출시된 후 MK2 버전을 거쳐 MK3로 진화한 모델이다. 제품 케이스와 디자인 그리고 중요한 소리도 대폭 향상되었다. 겉모습이나 내부는 무척 간결하다. 내부 설계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신호 전송 구간에 폴리에스테르 커패시터를 사용했다는 것 그리고 RIAA 이퀄라이징 회로에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로 상호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RIAA 이퀄라이징 서킷을 두 단계로 설계한 부분도 특기할만한 부분이다. 





입력 로딩 임피던스는 47K옴으로 보편적인 MM카트리지에 모두 대응하며 커패시턴스는 기본값 100pF 세팅으로 고정되어 있다. Aria처럼 커패시턴스 등의 조정은 불가능하다. 게인은 41.4dB. RIAA 정확도는 100Hz에서 100kHz 구간에서 +/-0.2dB로 우수한 편이다. 내부에 별도의 리니어 전원부 설계를 하지 않고 외부에 레가 전용 어댑터를 장착해 DC 전원을 받는 구조다. 특히 PS2 전원부는 레가에서 한국 전원환경을 고려해 220V 정격전압에 맞추어 제작한 것이다. 





Fono MC 는 오직 MC 카트리지만을 위해 설계된 MC 전용 독립형 포노앰프다. 전체 디자인이나 섀시, 전원 어댑터 등은 Fono MM과 완벽히 동일하지만 MC 사용시 필요한 게인 및 로딩 임피던스 조정이 가능하다. 로딩 임피던스는 70, 100, 150, 400옴 등 네 가지로 조정할 수 있으며 게인은 63.5dB 및 69.5dB 등 두 종류를 지원한다. 더불어 커패시턴스도 1000pF, 4300pF 중 선택 가능하다. 이런 조정 기능은 후면에 마련된 채널당 네 개 토글을 옮기는 것만으로 손쉽게 활용 가능하다. 





설계상 돋보이는 부분은 디스크리트 입력단으로 저노이즈 FET 를 사용했다는 것. FET의 입력 임피던스 덕분에 증폭 회로의 로딩 효과는 카트리지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RIAA 이퀄라이징 회로에는 뮤즈(Muse)앰프가 사용되었으며 신호 전송구간 및 RIAA 서킷 모두에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를 사용하는 등 MM에 비해 훨씬 더 작은 전압을 갖는 MC 카트리지의 증폭에 세심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리스닝 테스트”





기존에 사용하던 서브 시스템을 모두 교체해 새로운 시스템으로 테스트했다. 스피커는 토템 모델원 Sig, 앰프는 사이러스 8₂ DAC를 사용했다. 핵심이 되는 아날로그 시스템은 기존과 달리 메인 턴테이블인 트랜스로터 ZET-3MKII를 사용했다. 본 턴테이블에 세팅한 두 개의 동일한 트랜스로터 톤암에 Exact MM 카트리와 벤츠마이크로 Glider 저출력 MC를 장착했다. 그리고 각각의 카트리지에 레가 Fono MM 과 Fono MC 포노앰프를 연결해 교차 비교해가며 음질적 특징을 살폈다.



Clare Teal - I’ve Got You Under My Skin
A Tribute to Ella Fitzgerald


먼저 MM 카트리지로 사운드 테스트를 해보자. 지난번 리뷰했던 레가 Exact 카트리지로 LP를 재생해보면 중역대 도톰한 살집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대역 밸런스가 돋보인다. 더불어 단정하면서도 펀치력이 일품이어서 재즈 녹음에서 특유의 홀톤 및 리듬감, 추진력이 잘 살아난다. 죠지 마틴이 설립한 영국 에어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클레어 틸의 엘라 피츠제럴드 헌정 앨범 중 ‘I've Got You Under My Skin’을 들어보면 MM 카트리지의 맛을 깊게 드러난다. 특히 이 녹음과 동시에 LP 마스터를 커팅한 본작에서 퍼커션의 저역은 육중하고 깊다. 더불어 중고역대 풍부한 하모닉스 덕분에 시드 로렌스 빅밴드 오케스트라의 관악기들이 풍부하고 진하게 표현된다.



McCoy Tyner Quartet - New York Reunion
New York Reunion


레가 Fono MM 포노앰프와 Exact MM 카트리지로 세팅할 경우 사이러스 앰프의 볼륨은 –40dB 정도에서 충분히 넉넉한 소리를 즐길 수 있다. Exact 의 출력을 충분히 살려주며 해상력 또한 여느 MC 카트리지에 비해서 크게 뒤쳐지지 않는 모습이다. 더불어 진공관이 아닌 헤드앰프 방식 포노앰프지만 건조하거나 거칠지 않고 배음을 풍부하게 살려 포근하고 풍만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클래식이나 가요, 재즈, 록을 들어보면 특히 가요나 재즈 등에서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맥코이 타이너가 체스키에서 녹음한 [New York Reunion]을 들어보면 알 포스터의 드럼은 단단하고 묵직하며 존 카터의 베이스는 당당하게 전진하며 리듬감을 북돋운다. 



McCoy Tyner Quartet - Recorda Me
New York Reunion


다음으로 레가 Fono MC 포노앰프를 테스트하기 위해 사용한 카트리지는 벤츠 마이크로 Glider 저출력 MC 카트리지다. 0.4mV 출력에 로딩 임피던스는 100옴을 추천하므로 Fono MC 의 후면에서 조정과정을 거쳤다. 일단 게인은 69.5dB 하이게인으로 조정하고 로딩 임피던스는 100옴으로 설정했다. 
약간 게인이 줄어들어 사이러스 앰프 볼륨을 약 3dB 정도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 외에 대역간 균형이나 밀도감, 리듬감 등은 거의 유사하다. 예를 들어 기존에 들었던 [New York Reunion] 앨범 중 ‘Recorda Me’에서 론 카터의 베이스는 신나게 워킹하는 듯 하고 알 포스터의 드럼은 경쾌하다.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들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알 포스터가 연주하는 하이햇 심벌의 고역이 더 섬세하게 들린다. 더불어 조 핸더슨의 테너 색소폰 고역이 높은 대역까지 더 상쾌하고 스트레이트하게 뻗어나간다. 맥코이의 피아노 타건은 좀 더 선명하며 또랑또랑, 맑은 배음을 뿌린다.



Salvatore Accardo - La Campanella
Diabolus in Musica


나는 지난 Exact 카트리지 리뷰에서 Exact 의 매력을 한껏 토로했다. 그리고 구입해 사용 중이다. 그러나 클래식 재생에서만큼은 저출력 MC 카트리지가 확실히 우세다. 예를 들어 Fono MC 포노앰프 Glider SL 카트리지를 연결해 살바토레 아카르도의 ‘La Campanella’를 들어보면 아주 작은 약음들이 모두 세밀하게 반짝인다. 한편 포노앰프로 눈을 돌리면 확실히 Fono MC 포노앰프의 성능은 Fono MM에 비해 한 수 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상위 Aria 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저출력 MC 에 충분히 대응해준다. 스테이징이 약간 좁은 것이 다소 아쉽지만 다이내믹스 등 평균 점수는 가격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총평”


무척 오랜 역사를 가진 LP는 시대에 따라 그만큼 다양한 소릿골과 녹음 방식을 품고 있다. 따라서 카트리지 타입부터 선택해야한다. 모노냐 스테레오냐의 문제부터 주로 즐기는 장르냐 음향적 취향에 따라 MC인가 MM인가를 결정해야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스타일러스 팁의 소재와 모양, 카트리지의 유효 질량 및 그 내부 구조까지 따지게 된다. 이런 내용까지 접하게 되면 아날로그 입문자는 더욱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레가가 하고 싶었던 것은 그들이 턴테이블에서 그랬듯 모든 결정 사항에 대해 가장 보편적이며 평균적인 대안을 간단히 제시해주는 것이다. 





LP를 들으려면 과연 어떤 아날로그 시스템을 준비해하는가 ? MM 그리고 MC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그에 따라 Fono MM 또는 Fono MC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인티앰프 또는 프리앰프의 라인입력에 케이블을 연결하면 그만이다. 어떤 카트리지와 포노앰프를 선택해야하는가 ? 당신이 듣고 즐기길 원하는 바로 그 LP만이 그 대답을 알고 있다. 그 중 포노앰프에 대해 레가는 입문자를 위해 단 두 가지 대답을 내놓고 있다. Fono MM 과 MC 포노앰프는 바로 그 명쾌한 해답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