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오니아(Pioneer)의 기세가 매섭다. 2016년 9월 네트워크 플레이어 ’N-30AE’을 출시하고, 올해 5월 독일 뮌헨오디오쇼에서 상급기종인 ‘N-70AE’와 ‘N-50AE’를 선보인 데 이어 10월에는 이번 시청기인 네트워크 리시버 ‘SX-N30AE’를 내놓은 것이다. 파이오니아가 공식적으로 연관을 지은 것은 아니지만, 네트워크 기능과 관련된 스펙을 볼 때 ‘SX-N30AE’는 ’N-30AE’를 품에 안은 리시버로 보인다. 따라서 두 상급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스펙을 채용한 또다른 리시버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SX-N30AE’의 스펙부터 짚고 넘어가자. ‘SX-N30AE’는 일단 파이오니아에서 ‘Direct Energy’라고 이름 붙인 클래스AB 증폭으로 6옴에서 135W 출력을 내는 스테레오 앰프다. 채널당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2개(NPN, PNP)를 쌍으로 투입, 푸쉬풀 구동하는 방식이다. 파워서플라이에는 EI 트랜스포머와 8200uF 용량의 커패시터 2개를 투입했다. DAC 스펙은 PCM은 24비트/192kHz까지, DSD는 5.6MHz(DSD128)까지 지원한다. 이는 ESS사의 Sabre DAC칩을 장착한 ’N-30AE’와 동일한 스펙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DAC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온 디지털 음원과, 광케이블과 동축케이블을 통해 들어온 디지털 음원 모두에 대응한다. 앰프 앞뒤에 하나씩 마련한 UBS A단자를 통해서도 USB스틱이나 외장하드에 담긴 음원을 플레이할 수 있다. 가장 대표 기능이라 할 네트워크는 후면에 마련한 이더넷 단자 1개와 듀얼밴드(5GHz, 2.4GHz) 와이파이를 통해 이뤄진다. 스포티파이, 타이달, 디저(Deezer), 인터넷라디오(TuneIn)를 쓸 수 있다. 또한 크롬캐스트 커넥트를 장착, 별도의 동글(크롬캐스트 오디오) 없이도 스마트폰 음악앱을 다이렉트로 이용할 수 있다. 4.1 버전의 블루투스도 지원한다. 전면에는 스탠바이/전원 버튼, 입력선택 노브, 헤드폰 단자, 표시창, 이퀼라이저 노브(베이스, 트레블, 밸런스), 볼륨 노브, UBS A단자가 마련됐다. 후면에는 이더넷 단자, 아날로그 입력(RCA) 7조, 디지털 입력(광, 동축), 서브우퍼 프리아웃, USB A단자가 마련됐다. 아날로그 입력단에 MM 포노단자를 마련한 점이 눈길을 끈다. 물론 AM, FM 안테나 설치용 단자도 있다. 스피커는 2조를 연결할 수 있는데, 직접 자택 스피커에 연결하는데 약간 애를 먹었다. 바인딩 포스트 8개가 너무 가까이 붙어있는데다 바나나나 말굽 단자는 못쓰게 돼 있기 때문. 피복을 벗긴 선재를 포스트 구멍에 넣어 조이는 방식이다. 섀시는 알루미늄 재질이며, 무게는 8.3kg. 다기능 리모컨도 있다.
스포티파이로 정말 여러 곡을 들었다. LG V10과 맥북에어의 스포티파이 앱에서 ‘연동할 기기’(Device available) 목록에서 ‘SX-N30AE’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스탠바이 기능이 있어 기기가 잠들어 있을 때에도 스포티파이를 플레이시키면 알아서 켜진다. 대단히 편리했다. 브라이언 브롬버그의 ‘Come Together’(Wood)를 들어보면 제법 묵직한 베이스 울림이 정중앙에 또렷이 맺힌다. 클래스AB 135W의 힘일 것이다. 안네 소피 폰 오터가 부른 ‘Baby Plays Around’(For The Stars)에서는 노이즈가 한방울도 끼지 않은 가운데 그녀의 호흡과 기척이 생생히 느껴져 깜짝 놀랐다. 스트리밍 음원 맞나, 스펙상 타이달에 밀리는 스포티파이 음원이 맞나 싶을 정도다. 앱은 그냥 기기와 연결만 시켜줄 뿐, 음악 데이터는 ‘SX-N30AE’가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끌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표시창에 아티스트 이름과 곡 제목, 앨범 제목이 뜨는 게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데이터를 가져왔다면 이 정도 음질 확보와 정보 표시는 불가능하다.
타이달은 처음 ‘SX-N30AE’의 표시창을 보면서 리모컨으로 일일이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사용설명서를 보면서 차근차근 하면 되고, 일단 계정 확인이 되면 추후 이런 번거로움은 없다. 타이달 플레이는 1) 리모컨에서 ‘NET’ 버튼을 누른 후, 2) 표시창에서 ‘TIDAL’을 선택한 후, 3) 플레이하고자 하는 음원 제목을 선택하면 된다.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찾기 위해서는 리모컨 커서를 아주 여러번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최대 난제다. 차라리 타이달의 추천 앨범인 ‘Rising Albums’나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마치 인터넷 라디오처럼 듣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하지만 음질은 역시 타이달답다. 필자의 타이달 플레이스트에 담긴 음원 중 말러 교향곡 2번 1악장(레너드 번스타인, 뉴욕필)을 들어보면 초반 첼로와 베이스가 일궈내는 저역의 양감이 대단하고 번스타인 특유의 정확한 리듬감이 쉽게 파악된다. 총주 파트의 에너지감도 이 가격대에서 기대한 것보다는 훨씬 크게 느껴졌다. 사운드스테이지의 안길이라든가 좌우 넓이, 입체감은 역시 필자가 자택에서 쓰고 있는 진공관 프리, 파워 분리형 앰프에는 못미친다. 하지만 타이달과 스포티파이를 비롯해 인터넷 라디오, 크롬캐스트 지원 앱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이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파이오니아 리모트 앱에 빌트인된, 즉 내장된 음악앱은 튠인라디오, 판도라, 구글플레이뮤직, 디저 등 총 4개.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플레이하면 해당 앱의 음원 데이터가 크롬캐스트 커넥트를 통해 ‘SX-N30AE’로 흘러들어간다. 물론 엠넷이나 지니뮤직, 벅스처럼 크롬캐스트를 직접 지원하는 국내 음악 앱도 가능하다. 실제로 엠넷 앱에서 몇 곡을 플레이해보니 한순간의 버퍼링도 없이 착착 잘 들러붙었다. 다만 표시창에 한글이 별표로 깨져나오는 점은 아쉽다. 엠넷 앱에서 ‘크롬캐스트’ 아이콘을 터치하면 ‘전송할 기기’에 ‘SX-N30AE’ 모델이 뜬다. 하지만 필자가 집중 테스트한 것은 타이달과 멜론 하이파이 앱. 이 2개 앱 모두 크롬캐스트를 직접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엠넷 앱처럼 앱에 ‘크롬캐스트’ 같은 아이콘이 없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구글에서 마련한 크롬캐스트 전송 앱인 ‘Google Home’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된다. 이 앱에서 크롬캐스트할 기기로 파이오니아를 선택, 오디오 미러링 상태를 만들어 놓은 후 타이달이나 멜론 하이파이 앱을 플레이시키면 된다. 자신이 쓰던 스마트폰 앱을 평소처럼 쓰면서 ‘SX-N30AE’라는 네트워크 리시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구글 홈 앱을 대리인처럼 쓸 경우, 엠넷 앱 같은 크롬캐스트 다이렉트 지원 앱보다 음량 자체가 작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엠넷 앱도 그렇지만, 스포티파이를 플레이해보면 확실히 음량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음들의 밀도 또한 어디 빈 구석이 없을 정도로 꽉 차게 늘어난다. 음들이 좀더 필자적으로 포워딩해오는 점도 인상적이며, 음의 윤곽선 또한 훨씬 선명해진다. 다시 한번 놀랐다. ‘SX-N30AE’는 음질이나 편의성면에서 스포티파이에 최적화됐음이 분명하다. 그 다음이 크로캐스트 지원 앱, 그 다음이 타이달이다. 타이달과 스포티파이, 멜론 하이파이 앱은 사실 유저가 곡 선택부터 적극 개입해야 한다. CD플레이어나 USB 스틱 등을 이용한 플레이도 마찬가지. 이에 비해 튜너와 인터넷라디오는 이 선곡에서 자유롭다. 전문가들이 세심히 선곡한 곡들을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고 즐기는 재미 또한 오디오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SX-N30AE’에 FM안테나를 달아 FM을 들어봤다. 깜짝 놀랐다. 자택에 있는 단품 라디오보다 수신감도가 월등히 좋았기 때문이다. 일산의 아파트라서 잘 안잡히나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93.9를 들어보면 표시창에 빨간색으로 ‘Stereo’라는 글자가 뜨면서 너무나 선명한 소리를 들려줬다. 스포티파이 같은 네트워크를 통한 사운드보다는 확실히 선이 굵고 도톰한 살집이 붙은 전형적인 라디오 소리다. 마치 증류수만 마시다가 미네랄 워터를 마시는 느낌? 이는 FM이 아날로그 주파수라서 내장 DAC을 거치지 않은 데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이어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93.1의 경우 93.9에 비해 수신감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단품 라디오보다는 훨씬 나은 소리가 나온다. ‘Stereo’ 표시도 뜬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너무나 반가운 소식일 것 같다. AM도 상황은 비슷했다. 튠인라디오도 막강했다. 리모컨 상에서 ‘NET’ 버튼을 누르고 ‘TuneIn Radio’를 선택한 뒤, 표시창을 보면서 라디오 방송국을 선택하면 된다. 튠인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선호하는 방송국을 프리셋으로 지정해놓을 수 있다. 최대 40개 스테이션 저장이 가능하다. 튠인라디오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크롬캐스트 커넥트가 된 상태에서 스마트폰 튠인라디오 앱을 플레이해도 된다. 물론 음질은 ‘SX-N30AE’ 자체 네트워크를 이용한 경우가 낫다. 영국 ‘All Oldies Radio-Hit 45s’ 방송국을 선택해보니, 방송중인 곡의 제목과 앨범명, 아티스트 이름이 표시창에 뜬다. 소리는 아주 활기차고 라이브한 느낌이 폴폴 나는 그런 성향이다. ‘SX-N30AE’에는 아날로그 입력단이 7조(RCA), 디지털 입력단이 2개(광, 동축)가 마련됐다. 아날로그 입력에는 포노단(MM)이 포함됐지만, 디지털 입력단에는 USB B단자가 없다. 따라서 USB케이블을 이용한 PC파이는 불가능하다. 의외인 것은 CD플레이어에서 뽑아온 아날로그 입력신호 품질이 네트워크 플레이 때보다 약간 낮았다는 것. 아무래도 파이오니아가 네트워크 성능에 비중을 더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면에 마련된 헤드폰 출력단은 의외의 성능을 뽐냈다.
파이오니아의 ‘SX-N30AE’를 며칠 원없이 들었다. 7조에 달하는 아날로그 입력단에 막강한 스트리밍 기능과 AM/FM 및 인터넷 라디오까지 갖춘 팔방미인이라는 게 나름 내린 결론이다. 6옴에서 135W를 뿜어내는 클래스AB 앰프 성능은 이 올인원 리시버를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 가볍거나 약하거나 경망스럽지 않고, 적당한 파워와 섬세한 리듬감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모습이 대견했다. 어느 음악에서나 극도의 정숙도를 과시한 점에 특히 놀랐다. 네트워크 리시버 ‘SX-N30AE’를 이런 분들에게 추천한다. 1) 스포티파이 헤비 유저, 2) 크롬캐스트 지원 엠넷 앱 유저, 3) USB 플레이어 애호가, 4) FM 93.1/93.9 애청자, 5) 인터넷라디오 마니아. 그리고 고가의 분리형 오디오 시스템만이 최고라고 여기며, 몇몇 스트리밍 서비스를 애써 외면해온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도 일청을 권한다. 오디오가 얼마나 더 즐거워질 수 있는지 금세 알게 될 것이다. |